임금협상 결렬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파업 첫날부터 결항률이 53%에 이르는 등 국내외 여객 및 화물 운송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졌다.
하지만 노사 모두 서로에 수정안을 갖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만 할 뿐 대화 재개에는 적극 나서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 측에서 노조 집행부 28명을 업무집행방해죄로 경찰에 고발하고 노조 측에서 반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 파업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과 같은 사태로 치달을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대화를 원한다면 우선 영종도에서 나와야 할 것 아니냐”며 “지난 7일 13차 협상이 결렬된 후 노조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측은 “임금협상을 사측에 일임해 총액 대비 2.2% 인상을 받아들인 일반 노조의 입장을 조종사 노조가 고려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에서 대화 재개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사측과의 협상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파업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 않으며 사측이 속히 교섭에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서는 7일 파업 시작 전부터 정부가 언급한 ‘긴급조정권’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사측이 정부만 믿고 협상 재개에 적극 나서지 않고 강경 자세만 취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파업 농성장인 영종도 인천교육연수원에는 8일 오후 현재 노조원 600여명이 모여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편 노동부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긴급조정권 발동 요청 발언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노사 자율교섭이 최우선”이라며 “아직까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것은 고려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이처럼 긴급조정권 발동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정부의 강제 개입으로 인한 노사관계 경색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현행법상 긴급조정권 발동요건이 매우 엄격한 것도 노동부의 신중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에 관한 법률은 긴급조정 발동요건을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7~8월 아시아나항공 파업 당시 정부가 파업 25일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