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환경 기준에 맞춘 테스트 결과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시켜 침대 매트리스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됐다고 업체들을 싸잡아 매도하는 건 억울합니다.”
최근 여러 방송사에서 “친환경상품진흥원이 지난달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국내 침대업체 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5개 중 3개에서 유해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유럽 환경마크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보도를 내보낸 후 국내 침대업체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환경마크 기준에 따르면 침대 매트리스 등 가구에서 VOC가 평방미터당 0.5㎎ 이상 검출될 경우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는데 이를 국내 침대 매트리스에 적용할 경우 대부분 업체들이 기준치를 초과하게 된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21일 “그동안 정부에서 이렇다 할 표준안을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자체적으로 안전위생(HS) 마크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제품 개발에 노력해왔는데 이런 노력들이 간과됐다”면서 “방송 보도는 편파적이고 일방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도 “소비자들이 이런 내용을 접하면 국산 침대 매트리스가 유해하다는 선입견이 생겨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친환경상품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환경인증 기준이 없을 경우 해외 선진국 표준을 적용해 비교해보는 게 관행”이라며 “환경부에 환경인증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첨부된 내용이 언론에 알려진 것이지 일부러 보도자료를 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환경마크 인증기준을 해외 선진 기준치에 맞추는 것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백번 맞는 얘기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않을 거라면 업종을 막론하고 생산단계에서부터 선진국 기준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침대뿐만이 아니라 EU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비롯 화장품ㆍ세제 등 다양한 업종이 선진국 환경규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번 공방을 계기로 정부에서도 선진국의 환경규제를 기업들에 널리 알리는 한편 국내 기업들도 제품 생산단계에서부터 선진국 수준의 기준에 맞추는 환경경영 정착에 더한층 노력을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