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은 이미 빠져나갔는데 이제 와서 투기지역 지정하면 뭐하나요”
경기도 광명시가 다시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값이 약 보합세를 보이는 데다 매수세력은 거의 끊기다시피 한 상태에서 투기지역으로 지정해봤자 별 효용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재건축 열기 미리 차단한다’=정부는 지난 26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고 광명시를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광명시는 지난 1월 투기지역에서 해제됐다가 이번에 다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것.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납부해야 한다.
투기지역 지정요건은 ‘전월의 주택매매가격상승률이 전국소비자물가상승률의 100분의 130보다 높은 지역’가운데‘지난 2개월간의 주택매매가격상승률이 전국주택매매가격상승률의 100분의 130보다 높은 지역’. 광명시의 지난 3월 주택매매가격상승률은 1.1%로 물가상승률(0.8%)의 100분의 130(1.04%)보다 높다. 또 지난 2월과 3월의 평균 주택매매가격상승률은 1.6%로 같은 기간 전국주택매매가격상승률(0.4%)의 100분의 130(0.52%)보다 많이 뛰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광명역사 인근 개발 가능성과 재건축아파트의 시세를 고려해 광명시를 미리 투기지역으로 지정해놓는 것이 이 지역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반응 ‘현실 모르는 뒷북행정’=하지만 광명시 현지 반응은 다르다. 이 지역 중개업소들은 광명역사 개발은 이미 오래 전에 소멸된 재료로 보고 있다. 철산동 그린공인 관계자는 “개통 뒤 오히려 KTX 호재는 사라졌다”며 “지난 2002년 꼭지점을 지나자 이 지역 관심이 재건축으로 옮겨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재건축 아파트값도 약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철산동 주공2단지 11평형의 경우 현재 1억8,000만~1억9,000만원 수준. 2003년에는 최고 2억2,000만원까지 갔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1~2년 전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은 이번 투기지역 지정으로 실거래가 과세를 하면 시세차익이 없어 세금부담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공2단지와 함께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주공3단지 역시 개발이익환수제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자 매기가 끊겼다. 연초에 비하면 3,000~4,000만원 올랐지만 이미 빠진 가격이라 팔려는 사람도 없고, 팔라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한산하다.
일반 아파트 역시 이사철 잠깐 올랐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철산 한신아파트는 지난 2월 2억5,000만~6,000만원 하던 것이 최근 1,000만~2,000만원 내렸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뒤늦은 투기지역 지정은 실익 없이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만 막고 있다는 불만만 높아지고 있다. 통계에만 의존해 투기지역을 지정하다 보니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안동에 사는 정 모(37)씨는 “이미 투기바람은 멈추고 상황이 종료된 상황인데 이제와서 투기지역을 지정한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