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명품 대통령
황인선 his@sed.co.kr
명품을 싸게 파는 ‘신세계 첼시 아울렛’이 지난 1일 경기도 여주에서 문을 열자 주변 고속도로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고객들이 몰렸다.
이곳에는 버버리ㆍ아르마니ㆍ구찌ㆍ페라가모 등 해외 상품과 빈폴ㆍ금강제화ㆍ닥스 등 국내 제품을 포함해 120여개의 명품 브랜드가 있다. 가격은 25~65% 할인하고 있다.
명품은 전통 있는 유명 메이커에서 우수한 디자인을 개발해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급품을 가리킨다. 대체로 유행을 초월하며 오랜 기간 변질되지 않고 높은 격조를 유지한다. 비싼 것이 단점이다. 반면 진짜와 거의 비슷한 가짜 명품으로 불리는 ‘짝퉁’은 값은 싸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고 그것을 사용할 때 다소 불쾌감을 느낀다.
오늘날 갈수록 명품을 비롯, 유명한 의사인 ‘명의’, 명화(그림)ㆍ명주(술)ㆍ명차ㆍ명문대ㆍ유명인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이들과 더불어 생활할 경우 외면적 욕구가 충족되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인위적 가치관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걸작품이다. 문제는 스스로 걸작품이라고 인정하면서 몸과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몸 짱’ 도전으로 뱃살을 줄이고 내면의 세계에서 증오심과 헛된 욕심 등 부정적인 요인을 제거한 ‘마음 짱’이 되면 얼굴 표정이 밝아진다. 누구나 주어진 여건 아래서 꾸준한 노력으로 ▦심신의 건강▦직장이나 자원봉사 등 좋은 일자리 ▦품위를 유지할 만한 재력 ▦좋은 가족관계 ▦값진 친구관계를 잘 유지하면 성공한 인생이다. 물론 사람마다 이들 항목에 대한 설정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설령 이런 사람은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명품’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본인이 ‘명품’이 아닌 경우 명품을 무더기로 착용해도 상대방을 크게 감동시키지 못한다.
일자리 가운데 대통령과 장ㆍ차관, 기업체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판ㆍ검사, 방송인, 대학교수 등이 명품 자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젊은이의 선망의 대상이며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따라서 명사답게 처신해야 하는 어려움이 적지않다.
그럼 ‘명품 대통령’은 어떤 인물일까. 국민들은 마음의 평화와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제공하기 위해 자신들과 더불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지도자를 좋아한다. 상대방의 장점을 무시하고 약점을 들추면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포용력을 바탕으로 꿈과 희망을 주는 인물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4시간 동안 쏟아낸 발언(6만4,000자)으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국민들도 어리둥절하다. 그는 유력 대선주자들을 직접 비판했다. 그는 이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해보니 좀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운하 공약과 관련, “민자로 한다고 하는데 어디 제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 민자에 투자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도 “해외 신문에 한국의 지도자가 독재자의 딸이라고 나면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손학규씨가 왜 범여권이냐.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다”고 강조했다.
특정 대선주자를 겨냥한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으로서 지나친 표현이며 선거중립의무 규정을 위반했다. 그는 2월 말 당시 집권당의 부담을 덜어주고 대선중립을 위한 명목으로 열린우리당 당적을 정리했다. 그는 또 이번 연설 중에 20~30년 넘는 과제들을 다 해결했으며 ‘혁신대통령’ ‘세계적 대통령’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죽사발ㆍ뻑하면 등 비속어를 거침없이 사용했다.
명품 대통령은 건전한 사상을 바탕으로 정제된 표현과 절제 있는 행동이 기본이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에 대해 “자기를 미워하고 죽이려던 원수들까지 용서하고 사랑했다. 그의 미소는 따사로운 햇살같이 빛났으며 그의 인품은 친절과 관용으로 넘쳤다”고 평가했다. 링컨 대통령은 겸손의 리더십으로 미합중국 통일과 노예해방의 열매를 거둔 인물이다. 그는 학교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순화된 언어를 사용했으며 너그럽고 자상한 지도자였다고 한다. 12ㆍ19 대선 때 ‘명품 대통령’ 탄생을 바라는 것이 지나친 꿈일까.
입력시간 : 2007/06/07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