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4까지로 일단락인데 중요한 것은 흑이 선수를 뽑았다는 사실이다. 상변 접전의 이해득실만 따져 봐도 흑이 별로 손해 본 것은 없다. 3점을 백에게 내주긴 했지만 외세가 튼튼해졌으니 그 벌충은 충분히 한 셈인데 선수까지 뽑아 흑65로 선제공격을 하게 되어서는 흐름이 흑에게 편해졌다. 백66으로 일단 움직였다. 하기야 이곳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67로 우악스럽게 누르자 대번에 백의 응수가 거북하다. 상식적인 행마라면 참고도1의 백1인데 그것이면 흑2로 가만히 내려서는 수가 의외로 강력하다. 백3으로 젖히면 흑도 4로 젖힌다. 백이 두 집 내고 살기 바쁜 모습이다.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이므로 백68에 꼬부리고 보았는데 69로 쭉 뻗은 수가 멋지다. 이 자체로 백대마는 봉쇄된 것이다. 사실 이곳 접전에는 이세돌의 오산이 곁들여 있었다. 그는 흑69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복기 때 실토했다. 그가 상상했던 그림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4까지 였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아전인수격 수읽기였으니…. 그의 오산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78로 민 수 역시 큰 오산의 소치였다. “살기는 살겠지만 뭔가 수순이 꼬여 있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쩌면 창하오의 비운이 끝날지도 모른다.”(서봉수9단) 서봉수의 비운이라는 말은 연속5회 준우승만차지 했던 창하오의 기록을 말하는 것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