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美증시 당분간 강세" 전망 지배적

월가의 나비가 태평양 건너 여의도에 태풍을 불러온다.최근 서울 증시와 뉴욕 증시의 동조화 정도가 커지면서 월가의 움직임은 즉각 한국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아니 영향이 아니라 최대변수로 부상했다고 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월가 동향에 대해선 내로라는 전문가들조차 자신없다는 표정이다.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하루 등락폭이 1%이상 되는 날이 속출하는 예측불가능한 시장으로 바뀐 미 증시상황이 경기침체의 전조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조정인지 전세계 시선이 미증시의 진로에 집중돼 있다.【편집자註】 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선 것인지, 얼마전까지 지속됐던 첨단기술주(성장주) 선호와 블루칩(가치주) 외면이 다시 재연될 것인지 등등. 향후 시장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나스닥의 경우 하루 등락폭이 지난주 화요일 734포인트, 지수의 20%선에 육박할 정도였다. 투자자들이 몰려다니다가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하는 변덕쟁이로 변한 것이다. 올들어 하루 등락폭이 1%를 넘었던 날이 70%를 넘는 실정이다. 웬만한 등락으로는 투자자들의 시선조차 끌지 못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지난주 초 나스닥시장은 초반 10시간동안 925포인트를 날렸다가 나머지 시간동안 800포인트를 회복하는, 극도로 불안정한 장세를 보였다. 염라대왕 사무실에 노크하기 직전에 지옥문에서 탈출한 것이다. 관련기사인터넷주 거품논란 일본에 불똥 美증시 상승세 유지땐 외국인 매수 계속될듯 반면 뉴욕 증권거래소는 오랜만에 유통, 금융, 제약, 에너지 등 기존 블루칩의 강세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첨단기술주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블루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시장상황였다. 그러나 월가 투자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난주 후반에 블루칩에 대해 시치미를 뚝 떼면서 다시 첨단기술주로 돌아가버렸다. 그렇다고 투자패턴이 연초의 첨단기술주 선호장세로 회귀하느냐에 대해선 자신있게 대답하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나스닥시장을 밝게 보는 사람들이 첨단기술주의 차별화를 예상하면서 연초의 나스닥 묻지마 투자행태는 사라지고 있다고 보는 정도다. 지난주 후반에 나타나기 시작한 대형 첨단기술주 선호 정도가 나스닥의 활성화 요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은 것이다. 1·4분기 실적발표결과 예상보다 미미하나마 좋은 실적을 나타낸 야후의 하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후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주당 1센트 높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이조차 미흡하다고 평가, 지난주후반 이틀동안 8.3%나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갑자기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에 대해서도 수익상황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첨단」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무작정 뛰어오르던 상황은 벗어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당분간 실적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1·4분기 영업실적이 발표되면(월가에서는 분기별로 영업실적을 발표해야 함) 실적에 따른 주가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적장세라는 측면에서 보면 나스닥시장의 경우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오라클 등 상대적으로 성숙, 수익기반도 탄탄한 대형 첨단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로서 향후 전망만 밝은 주식들의 인기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게 JP모건의 투자전략가 피터 카넬로의 주장이다. 지난주 후반의 나스닥 강세 역시 실적이 수반되는 대형 첨단기술주의 상승덕분이였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카넬로는 더구나 당분간 나스닥시장이 휴식(休息)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는 『첨단기술주가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여름까지는 금융주, 유통, 의료업종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가을이 지나서야 첨단기술주들이 다시 약진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루칩과 나스닥의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되는데 당분간은 나스닥중의 대형 첨단기술주들과 블루칩이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전체적인 시장여건을 놓고 볼때 강세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주 초반 잠시나마 준공황사태가 발생했지만 당일에 이를 회복한 것이나, 이후 줄곧 상승세를 지속하는 점을 놓고 볼때 투자자들의 증시이탈은 아직까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정책이다.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카스만 등 일부 전문가들은 FRB가 연말까지 현재보다 1%포인트 높은 7%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FRB가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려 투자자들에게 내성(耐性)을 키워줄 것이기 때문에 강세 지속에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않다. 뉴욕=이세정특파원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04/0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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