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일본 신세이은행 사이의 지분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말 신세이은행과 하나은행의 배타적협상 기간이 끝남에 따라 협상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고위관계자는 19일 “신세이은행이 제시하는 주당 매입단가가 너무 낮아 협상을 진전시키기 힘들다”며 “이달말까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세이은행은 처음 지분매각 접촉에 나섰던 지난 1ㆍ4분기의 하나은행 주가를 기준으로 주당 1만원대 초반의 매입단가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최근 주가상승과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SK글로벌 문제가 해결되면서 최소한 장부가(주당 1만8,830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과 신세이은행의 주당 지분매각 단가가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처음 협상을 시작할 당시보다 주변여건이 하나은행에 유리한 쪽으로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1ㆍ4분기 하나은행은 SK글로벌 문제 처리와 가계부실 문제 등으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가도 7,000원대 까지 떨어져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하나은행 지분(21.6%, 주당 매입가 1만8,830원) 매입 일정도 올 5월에서 2004년 5월까지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당시 하나은행은 SK글로벌 사태의 악화과 경영악화를 대비해 `실탄` 마련을 위해 신세이은행과 합적에 적극 나섰었다.
그러나 지금은 SK글로벌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됐을 뿐 아니라 17일 종가기준으로 하나은행 주가가 1만8,800원까지 올라 장부가 회복을 목전에 두게 됐다. 또 예보의 하나은행 지분 매입 일정도 내년 5월말까지 늦춰 놓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협상을 서두를 이유도 없어진 상태다. 이밖에도 최근 하나은행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 장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펀드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하나은행측이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결혼은 한 사람과 하지만 데이트는 여러 사람과 할 수 있다”고 말해 지분매각 협상에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