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으로 빠진 볼 그대로 샷… 일몰로 경기 중단속 11위에
| 8일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13번홀 개울에 볼을 빠뜨린 최경주가 오른쪽 다리를 걷어붙인 채 ‘맨발’ 어프로치 샷을 하고 나서 그린에 있는 볼을 바라보며 걸어 나오고 있다. /오거스타=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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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걷어붙이고…" 최경주 맨발투혼
도랑으로 빠진 볼 그대로 샷… 일몰로 경기 중단속 11위에
8일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13번홀 개울에 볼을 빠뜨린 최경주가 오른쪽 다리를 걷어붙인 채 ‘맨발’ 어프로치 샷을 하고 나서 그린에 있는 볼을 바라보며 걸어 나오고 있다. /오거스타=AP연합뉴스
최경주의 캐디 앤디 프로저는 그린 10야드 앞쪽에 준비된 드롭 존(Drop Zone)에 백을 내려 놓았다.
그러나 최경주(35ㆍ나이키 골프)의 걸음은 멈추지 않고 그린 앞 도랑으로 향했다.
너무 까다로워 무사 통과를 빌게 된다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290야드)의 ‘아멘 코너’ 마지막인 13번홀(파5ㆍ510야드).
300야드 이상의 호쾌한 드라이버 티 샷을 날린 뒤 5번 아이언으로 2온을 시도했지만 볼이 낮게 날아 그린 앞 도랑으로 떨어졌다. 물이 튀었기 때문에 갤러리들은 물론 캐디도 1벌타를 받고 드롭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최경주는 쪼그려 앉아 뭔가 생각하더니 캐디를 불렀고 오른쪽 신발과 양말을 벗고 비옷 바지를 입은 뒤 오른쪽 다리를 걷어 올렸다. 13번홀 그린 주변은 물론 14번홀 티잉 그라운드 옆에 세워진 관전타워에서도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고 날래게 따라다니던 아내 김현정씨는 어느새 두 손을 모아 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30초나 흘렀을까. 최경주의 망설임 없는 웨지 샷 끝에 물방울이 흩어졌고 흰 볼이 높이 솟아 홀 3m에 멈춰 섰다.
이 13번홀 최경주의 ‘맨발 샷’은 폭우 때문에 무려 5시간 30분이나 지연된 끝에 이곳 미국 조지아주 시간 7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간 8일 새벽 2시30분) 개막된 제69회 마스터스 1라운드 최고의 샷이었다.
버디 퍼트가 아쉽게 홀을 스쳐 파에 만족했지만 최경주에게 이 샷은 큰 의미가 있었다.
첫 홀인 10번홀과 파3의 12번홀에서 보기를 기록, 3개홀에서 2오버파를 치며 힘겹게 진행되던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이후 파5의 15번홀에서 2온 2퍼트로 첫 버디를 낚았고 역시 파5인 2번홀에서는 115야드 피칭 웨지 펀치 샷으로 벙커 바로 뒤에 꽂힌 핀을 공략, 1m짜리 버디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결국 일몰로 경기가 중단되기 직전 파3의 4번홀에서 제법 먼 거리의 파 퍼팅을 남기긴 했으나 3번홀까지 모두 12개 홀에서 이븐파를 기록, 공동 11위를 달렸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타이거 우즈는 12개홀에서 2오버파, 어니 엘스는 11개홀에서 3오버파로 부진한 상태며 세계랭킹 1위인 비제이 싱과 지난해 우승자인 필 미켈슨은 각각 2언더파로 상위권을 달려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몰로 중단된 상황에서 선두에 나선 선수는 집게 그립 퍼팅의 크리스 디마르코. 최경주 바로 앞 조에서 플레이한 디마르코는 10번홀 보기로 시작했지만 13, 15번홀 버디로 1언더파가 된 뒤 후반 들어 1, 2, 3번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총 93명 중 68명의 선수가 1라운드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일몰로 막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현지시간 8일 오전 9시45분(한국 시간 8일 오후 10시45분) 1라운드 잔여 경기가 재개됐다. 또 이어 10시20분(한국시간 8일 오후 11시20분) 역시 인아웃 동시 티오프로 2라운드가 속개됐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김진영 골프전문기자 eaglek@sed.co.kr
입력시간 : 2005/04/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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