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주의 증여의제' 법원판결 관심정부, 증여의제에 적극 대처… 법 개정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 등 네 자녀 및 삼성 임원 2명을 대상으로 한 증여세 부과사건은 세법의 '포괄주의 증여의제'에 대해 향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당국은 재벌의 변칙적인 증여와 세법의 허점을 이용한 부 부풀리기를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이 상무보 등에 대해 사상 최대규모인 51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고 국세심판원 역시 현재로서는 국세청의 부과가 별로 무리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3심제로 운영되고 있는 법원으로 판단이 넘겨지게 될 전망이며 법원의 판결에 따라 향후 정부의 포괄주의 증여의제 과세방침에 상당한 영향을줄 전망이다.
▲ 과세 근거
국세청은 정부가 지난 97년말 개정한 상속.증여세법 40조 '포괄주의 증여의제' 규정과 이 법의 관련 시행령에 따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전환사채를 이용한 변칙증여에 대해 과세에 나섰다.
삼성SDS는 지난 99년 2월 321만7천장의 BW를 이 상무보 등 이 회장의 네 자녀에게 65%,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 등 임원 2명에게 35%를 각각 발행했다.
이 상무보 등은 지난 2월 25일 BW의 만기가 됨에 따라 이를 주당 714원(액면가500원)에 전량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 주식을 장외시장 가격으로 모두 팔 경우 수천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추정됐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사상 최대규모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과세당국은 증여세 과세요건이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지 않더라도(열거주의 과세방식) '사실상 경제적 이익의 증여'가 있으면 과세가 가능하다(포괄주의 과세방식)는 근거에 따라 과세했다.
즉 이 상무보 등이 BW 인수자금을 타인으로부터 증여받아 BW를 취득한 뒤 이를주식으로 전환한 과정에서 인수자금에 대한 증여세와 전환당시와 취득당시와의 차익부분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했다는 것이다.
▲ 과세 및 불복신청 경위
이 상무보 등은 국세청의 과세 및 해당 상속.증여세법이 세법에 규정된 경우에만 과세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있고 과세 판단이 추상적인 점 등을 들어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알려졌다.
이에 따라 과세불복절차에 따라 국세청과 국세심판원에 불복신청을 했으나 이미국세청으로부터는 '이유없다'며 기각결정을 받았고 심판원은 현재 심리를 진행중이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심판원은 통상 심판청구가 제기된 날로부터 90일이내에 결정문을 청구인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기간이 경과할 경우 청구인은 결정여부에 관계없이 3심제로 돼 있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상무보 등은 지난 5월 27일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지난달말로 90일이 경과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 법원 판결 관심
이 상무보 등이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본격적으로 심리에 나서게 된다.
법원은 포괄주의 증여의제가 △ 재벌 등 부유층의 변칙적인 증여 및 부 부풀리기를 차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지 여부와 △ 세법이 정한대로만 과세가 가능하다는 열거주의 과세방식이 타당한지 △ 포괄주의 과세방식이 조세법률주의 등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요소는 없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인 심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포괄주의 증여의제 과세가 견해에 따라 위헌소지가 있을 수있다"며 "그러나 복잡.다양한 자본거래 등에 대해 실효성 있는 사전대처가 필요하며이에 따라 포괄주의 증여의제 과세에 대해 사회가 점차 긍정적인 분위기를 보이고있는 만큼 법원도 이 사건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세금 동원 확인 필요
이 상무보 등은 무려 51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이미 낸 상태다.
이들이 낸 증여세는 사상 최대규모로 이 자금을 어떻게 동원했는지에 대한 자금출처조사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 상무보 등이 재벌그룹의 오너 자녀이고 재벌기업의 임원인 만큼 이 정도의자금 동원은 별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가 큰 만큼 정밀한 자금동원 경로는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부의 대응
정부는 종전 열거주의 과세방식에 의존해 세법에 열거돼 있지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증여혐의가 뚜렷하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본거래가 점차 다양화하고 복잡해지면서 부의 무상이전과 부풀리기 등을 꾀하는 부유층이 늘어나 이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90년대말부터 상속.증여세법 개정에 나서 종전의 열거주의와 사실상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증여에 대해서는 과세한다는 포괄주의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으나 세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부유층의 '절세'행위에 항상 뒷북을 친다는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를 감안, 포괄주의 과세를 세법에 반영하기 시작해 토지무상사용이익등 7가지의 증여의제에 대해서는 열거주의를, 증.감자 및 합병 등 6가지 자본거래에대해서는 '유형별 포괄주의'라는 열거주의와 포괄주의의 절충형을 선택하고 있다.
재경부는 복잡. 다양해지고 있는 부의 변칙적인 증여 등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2002년 세법개정안에는 유형별 포괄주의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재경부는 "유형별 포괄주의는 법령에 열거돼 있는 증여의제 유형과 방법이 유사한 경우 추가적인 법령보완 없이도 과세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조세법률주의에 배치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자본거래에 실효성 있는 사전 대처가 가능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부정보를 이용,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뒤 3년이내에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과 합병에 이익을 취하는 경우 등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 등 변칙적인 자본거래에 대한 과세가 한층 강화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