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떠나는 자, 남는 자

코스피 주가가 한 때 100포인트 이상 급락했던 22일 경제부처가 몰려 있는 과천 정부청사는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그러나 그 어수선함은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른 한국경제에 대한 걱정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눈 앞에 다가온 정부조직개편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부처 차원의 큰 그림이 그려진 데 이어 실ㆍ국 조율 등 세부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자기부처 쪽으로 유리하게 끌어오려는 부처 간 또는 부처 내부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경제수석 부처라는 재정경제부도 이 문제로 적지 않은 내부 진통을 겪었다. 금융정책국이 신설될 금융위원회로 옮겨감에 따라 관련 법률과 산하기관 정리문제가 불거졌던 것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시집가면서 다시 안 올 것처럼 친정 집 기둥까지 뽑아가려고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 고 꼬집었다. 반대로 산업자원부로 소속이 바뀌는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은 ‘쇼크’상태 빠져 있다. 과거 경제자유구역을 놓고 재경부와 산업자원부가 영역다툼을 벌였었는데 그 쪽으로 흡수돼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인사 등의 불이익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헤게모니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직원 500여명은 집회를 갖고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성토했다. 그들의 핵심 주장은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한 금감원의 인사권이 금융위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 재경부의 경자단 등을 통합하는 산자부도 술렁이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고위직 자리가 몇 개 생겨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돌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국ㆍ대과’제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국장급의 30~40%가 보직을 받지 못한 채 ‘인공위성’으로 떠돌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이로 인해 한국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제컨트롤타워들은 엉뚱한 곳에 힘을 쏟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0년간 대규모 정부조직개편이 없었다 보니 직원들이 받는 충격이 큰 것 같다. 멀리 보고 담담하게 일을 해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는 한 정무직 공무원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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