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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부침주(破釜沈舟).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파부침주란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이 솥을 깨고 타고 왔던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전쟁에서 승리해 전리품을 얻기 전에는 밥을 해먹을 솥도, 돌아갈 배도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나타낸다. 아울러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강한 결의도 담고 있다. 최 회장이 한 해를 여는 신년사에서 '파부침주'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룹안팎에서는 최 회장 본인 스스로가 배수의 진을 쳤으며 임직원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정신무장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 회장이 파부침주의 정신으로 임하라고 한 분야는 바로 신성장동력 발굴. 그 동안 SK그룹이 제3의 성장동력을 찾는데 미흡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고 물러나서도 안 된다는 절박감이 묻어있다. 신성장동력 발굴위해 배수의 진
과거의 배타적 사업방식 버리고
외부파트너와 상생 협력 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추진중 사실 SK그룹은 지난 1980년 유공 인수, 1996년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성공 등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이렇다 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SK그룹은 1953년 작은 직물회사로 출발한 이후 폴리에스터 필름, 종합상사, 에너지, 통신사업으로 도약을 거듭하며 성공신화를 거듭해왔다"면서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만족스럽지 않으며 사회는 우리에게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SK인'들의 분발을 촉구하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무대인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며, 그 답은 바로 파부침주의 정신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50여 년간 쉼 없이 변신을 거듭하며 성장해 온 SK가 현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전쟁 때에나 나올 법한 사자성어를 거론한 것 자체가 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대로 정체되면 그룹의 미래가 어둡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의 정신무장과 더불어 "글로벌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판 자체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생각의 판', '행동의 판', '사업의 판'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 것이다. SK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판 자체를 바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택했다. 과거 사업방식이나 R&D체계가 SK만의 배타적인 체계였다면 앞으로는 개방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특히 SK그룹의 초창기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에만 집중했지만 이번에는 소비재, 마케팅,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의 경계 허물기로 그 개념이 더 확장했다. 각 계열사 별로는 우선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상생혁신센터(OIC, Open Innovation Center)를 구축해 새로운 산업 생산성 증대(IPE, 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 상품과 서비스를 외부 회사들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시장의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산업계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과 R&D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지난 2007년부터는 비즈니스 파트너, 대학 연구소, 중소 벤처기업 및 다양한 연구 주체가 참여해 기술 개발 상생협력을 논의하는 '이노베이션 어워드 서밋'(Innovation Award Summit)도 개최하고 있다. 이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로 지난해 9월 선보인 전자종이(e-Paper)를 꼽는다. SK텔레콤은 자체적인 연구개발로는 선발 기업들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개별 기술에 강한 벤처기업 및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입자, 패널, 구동, 플렉시블 등 개별 기술이 강한 기업이나 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한 각각의 기술을 모았으며, 이를 SKC가 원천기술로 완성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SNS(Social Network Service)용 오픈마켓 '네이트 앱스토어'를 최근 오픈했다.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 SNS 이용자들이 지인들과 함께 컨텐츠를 거래하는 사이트로 이 같은 사업모델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것이다. 사회적 기업 지원 사업을 제안하는 웹사이트 '세상'(世想)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영역을 사회공헌까지 확장시킨 대표적 사례다. 실제 세상에는 노동부, 행복나눔재단, 학계 전문가, 전문 자원봉사단체 등 10여개의 민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룹 한 관계자는 "올해는 SK그룹이 반드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 하는 해라는 게 최 회장의 생각"라며 "각 계열사별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사운을 걸고 임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기득권도 과감히 포기하고 몸을 낮추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