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제, 아는 만큼 보인다] 국부펀드의 이해와 오해

장기적 국부증식 목적으로 정부가 관리하는 외화자산

지난 2007년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투자해 큰 손실을 입은 국제투자은행들이 산유국 등의 소위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부펀드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라는 용어는 학술적으로 정립된 개념이 아니고 국제금융시장과 언론에서 주로 사용된 용어다. 그러다 보니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단일 정의는 없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국부펀드라는 용어는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의 앤드루 로자노프가 2005년 5월 ‘센트럴뱅킹저널(Central Banking Journal)’지에 유가상승 및 국제수지 흑자로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산유국 및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자산을 국부펀드라고 명명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국제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국부펀드의 규모를 약 3조달러로 추정하고 오는 2015년께에는 12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중국정부가 특별국채를 발행해 2,000억달러 규모로 설립한 중국투자공사(CIC)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국부펀드는 중앙은행이 관리·운용하고 있는 외환보유액과는 자금의 조성방법, 소유권(ownership), 그리고 운용 방식 면에서 크게 다르다. 국부펀드는 주로 장기적인 국부증식 목적으로 정부가 소유·관리하는 외화자산을 말한다. 즉, 원유ㆍ다이아몬드 등 국가소유 원자재 수출대금이나 재정잉여금ㆍ연기금 또는 장기국채 발행으로 조성된 장기 여유자금을 그 재원으로 한다. 운용 면에서도 안전성이나 유동성보다는 장기적인 고수익 획득을 목적으로 채권이나 주식뿐 아니라 사모펀드(PEF)ㆍ부동산 등에 투자되고 있다. 반면 외환보유액은 긴급시에 사용하기 위한 지급준비 자산일 뿐 아니라 부채를 수반하는 자산이므로 언제나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운용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에 따라 IMF는 사모펀드나 부동산 등 유동성이 없는 자산에 투자된 자금은 외환보유액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외환보유액은 투자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중국은 특별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외화자산으로 국부펀드를 조성, CIC에 운용을 맡긴 것이다. 아시아의 대표적 국부펀드 운용 기관으로 인용되고 있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의 경우에도 투자재원은 외환보유액ㆍ재정잉여자금ㆍ국민연금자금 등으로 다양하게 조성되고 있는데 중앙은행(MAS)으로부터 위탁받은 외환보유액은 IMF가 인정하는 주식 및 채권만으로 운용되고 사모펀드나 부동산에는 재정잉여자금 등 순수한 국부펀드를 재원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나자 일부에서는 이를 여유자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나 외환보유액은 산유국 등의 국부펀드와는 달리 환율정책 수행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부채를 바탕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빚을 내어 투자하는 자금’과 유사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외화자산의 운용전략은 원칙적으로 자산과 부채의 종합관리(AsLiability ManagementㆍALM)에 근거해 결정되는 데 국부펀드 용어의 원조격인 로자노프도 부채를 수반하지 않는 국부펀드와 대응부채를 수반하는 외환보유액은 투자대상이나 위험 허용도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오던 국제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투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과 중국 CIC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투자해 30% 가까운 손실을 입고 있다는 소식은 국제금융시장의 일반적인 트렌드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치밀한 시장분석과 장기적인 투자전략이 긴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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