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채용시장이 올해도 여전히 냉랭해 구직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직 직장을 잡지 못한 구직자라면 올 한해 큰 화제를 모았던 취업뉴스를 살펴보고 새롭게 2004년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올해 가장 큰 화제로 떠오른 것은 매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취업경쟁률`과 직장인들이 느끼는 체감 정년이 평균 36.5세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취업경쟁률은 평균 87대1로, 올 상반기 83대1과 지난해 하반기 67대1, 상반기 75대1보다 크게 높아졌다. 채용규모 축소를 우려한 구직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취업경쟁률을 높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복지원으로 인해 14명중 1명은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사 담당자들은 입사지원자의 수준이 해가 바뀔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말로 자사에 입사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 해 직장인들에게 몰아 닥친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IMF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하며 직장인의 체감정년을 뚝 떨어뜨렸다.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이 30대 까지 내려오면서 `체온 36.5` `38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를 신청한 167만 명 중 29.6%인 49만 명이 3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어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실질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고학력 구직자와 지방대 구직자들에게 올 한해 취업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고학력 구직자의 경우 60%이상이 학위나 고급자격증이 취업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석ㆍ박사 학위 취득자와 경영학석사(MBA), 공인회계사(CPA), 미국공인회계사(AICPA) 등 고급자격증 소지자가 크게 몰려 고학력 구직자의 취업난을 실감케 했다.
지방대 구직자들은 10명중 8명이 구직활동을 하면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내 100대기업 취업률도 5%내외에 그쳤다. 그러나 올 해 `지방채용할당제`를 실시한 기업들이 늘었으며, 지원자의 이력서에 학력이나 나이 등을 없애고 철저한 능력위주의 채용방식을 도입한 기업 확산 등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토지공사가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입사지원서의 학력란을 삭제했으며, 이랜드도 이력서에 학력을 철폐하고 적성럽???등을 보여주는 `자기증명자료` 파일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의대나 취업률이 높은 학과로의 진학을 위해 다시 대입을 준비하는 `장수생 확산`과 `묻지마 취업`, `프리티족 증가` 등이 화제를 모았다.
2004년에는 입사지원시 차별적 항목 삭제 움직임과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이색채용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2004년 역시 채용시장의 핵심키워드는 `핵심인재`로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여러 기업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기업별로 채용방식을 파악해 꼭 입사하고 싶은 몇 개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원자의 능력 외에 조직에서의 조화정도를 평가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도 하도록 한다. 업종별로 경제상황의 영향에 따라 채용규모가 변화할 수 있어 이를 파악하는 것도 취업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한현숙 잡링크 사장은 “올 한 해 구직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뉴스들도 많았지만 지방채용할당제나 학력철폐 등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며 “해가 갈수록 적재적소의 인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