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保革갈등 치닫는 한미FTA

음모설까지 나돌아 국민 혼란··· 정치·이념적요소 철저 배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시작됐다. 지난달 워싱턴 협상에서는 농업, 위생검역, 섬유, 무역구제 분과 등의 통합협정문 작성에 실패했으나 서울 협상에서는 쟁점별 입장을 조율해 양허단계 및 이행기간 등 기본요소에 합의한 뒤 상품양허안을 교환하고 서비스ㆍ투자 분야의 유보안도 서로 주고받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 협상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더라도 오는 9월 시애틀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3차 협상과 그 후의 추가협상 등이 남아 있는 만큼 너무 조급해 할 사항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와 관련해 최근 국내에서 감지되는 변화들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사실 지난 2월 초 한미 FTA 출범을 선언한 뒤 지금까지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원천적인 반대와 함께 속도 및 순서에 대한 논란 역시 격렬했었다. 부분적인 찬성론자들은 미국의 신속처리 권한이 만료되는 내년 6월까지 반드시 처리해야만 하는가, 미국보다 중국이나 EU 등과 먼저 FTA를 체결해야 유리한 것 아닌가 등의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다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4월 “협상시한이 촉박하다고 우리 협상 목적에 맞지 않는 협정에 서명할 수는 없다”는 원론적인 언급이 있었고 드디어 엊그제는 한명숙 총리까지 “미국이 정해놓은 시한에 쫓겨 졸속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 측에 불리하다면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나왔다. 대규모 반대시위가 예고돼 있는 상황인 만큼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로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직 여러 차례의 추가협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결코 적합하지 못한 언급이다. 특히 참여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다가 필요하면 협상을 결렬시키고 그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반전을 통해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는 정치적 음모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국민의 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한미 FTA가 과연 경제적 사안인지 정치적 사안인지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외교나 안보적 측면을 분명히 감안, 단순한 경제협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특히 스크린 쿼터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들어주는 초기과정에 외교안보적 측면은 일정 부분 호소력을 발휘했다. 또한 개성공단에 대한 원산지 특례인정 문제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더욱 난감해진 측면도 있지만 처음부터 경제적 사안이 아니었다. 미국 연방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 관리들은 개성공단 생산품이 FTA 협상에 포함되는 것을 한국의 햇볕정책 전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이를 인정할 경우 개성공단 사업을 장려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규모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반대론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대부분 반미 진보단체들로 구성돼 있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구호 속에는 FTA 협상과 무관한 것이 있을 뿐더러 반대논리 역시 이념적 잣대로 재단된 흔적이 적지않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에서 최선의 결실을 맺으려면 역시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고 본다. 비교우위라는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에 따라 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되는 것이라면 사후에 발생하는 구조조정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아직 미국 같은 거대 선진국과 FTA를 체결하기에는 폭넓은 사회안전망이나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론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다른 나라와도 계속 추진해야 할 FTA 협상에서 농업 같은 특정 분야의 개방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또한 한미 FTA가 보혁 갈등을 야기하고 국론분열로 이어진다면 아무리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성장의 근원적 저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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