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자금 특검 추진 방침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립적 선거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다시 빼든 특검 카드 = 최 대표가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특검 카드를 다시 빼 든 것은 전날 노 대통령이 자신이 한 `10분의 1` 발언과 관련,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데 대한 공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 대표는 “현재 당에서 파악하고 있는 불법대선자금은 검찰에서 밝혀진 500여억원 외에 는 없다”며 “이것이 완전한 액수는 아니더라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선자금 특검을 도입할 경우 이미 만신창이가 된 한나라당 보다는 노 대통령측이 입을 상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임명을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장이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번 특검 추진을 통해 국면전환을 하겠다는 확고한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최 대표의 뜻대로 특검이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동안 대선자금 특검 도입 입장을 밝혀왔던 민주당이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불법대선자금을 모금한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열린 우리당은 “적반하장”이라며 한나라당과 최 대표를 강력 비난했다. 따라서 특검 도입여부는 앞으로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자민련 등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하고 한나라당이 이에 협조하는 형태로 특검이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총선개입 사전차단 = 최 대표는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염두에 두고 노 대통령이 총선승리에만 여념이 없다”며 노 대통령의 `불법사전선거운동`을 주장하면서 중립적 선거내각 구성 등 국정쇄신을 촉구했다. 최 대표는 이날 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과 열린 우리당 지원행보 가능성에 쐐기 박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특히 지난 15일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에도 노 대통령이 개입됐다고 주장, 여권의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 빼가기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중립적 선거내각 구성에 대해 최 대표는 “중요한 것은 능력”이라며 “한나라당이 내각에 들어가면 중립적 내각 구성이 되겠는가”라고 말해 추천권을 행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당ㆍ정치개혁 드라이브 = 최 대표는 이날
▲의원정수 현행 유지및 지구당, 후원회 폐지
▲전국구 전원 신인교체
▲정치신인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경선틀 마련
▲분구지역 양성평등 선거구제 추진 및 전국구 홀수번호 여성 배정
▲불법비리자 공천배제 등을 약속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당 개혁 의지를 어필했다. 최 대표가 이 같은 당ㆍ정치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불법대선자금 수수로 먹칠한 당의 이미지 쇄신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내에는 이번 불법대선자금수수 파문을 계기로 당 쇄신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함으로써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를 둘러싼 당내 반발을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