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KIC법 합의 했지만 갈길 험하다

우리당 "통과됐다" 한나라 "절차 남아" 엇갈려<br>자산운용 수단 제약 많아 고수익 낼지도 의문


한국투자공사(KIC)법이 24일 국회 재경위 금융법안심사 소위에서 사실상 합의했지만 갈 길은 첩첩산중 이다. 당장 ‘통과됐다’는 열린우리당과 ‘절차가 남았다’는 한나라당의 반응이 엇갈린다. ‘반대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출한 한나라당은 25일 법조문 정리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당론에 따라 ‘금융 소위 통과’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치더라도 법안은 재경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야 3월2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3단계나 남은 과정에서 야당의 견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정부와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긴박한 처지다. 한나라당의 양보를 얻기 위해 법안의 주요내용이 또 다시 수정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임시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법안 자체가 누더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법안 마련 과정에서 자산운용 수단이 제한된 마당이어서 KIC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자유로운 자산운용으로 10~15%의 고수익을 올리는 것과 달리 KIC는 국내부동산과 사모펀드 투자가 제한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외화자산 운용을 통해 비교적 고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한은 보다도 운용수단에 제약을 받는 KIC가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낼지는 의문이다. 결국 동북아시아 금융허브 도약과 대외신인도 제고, 금융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KIC는 퇴직 공무원들의 일터만 늘려주고 관치금융의 장소만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손발은 묶고 사람을 검증할 장치는 마련되지 않은 꼴이다. 정부는 운영위원 8명 중 6명을 민간위원으로 위촉시키기로 명시해 관치금융이나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 요소를 없앴다고 주장하지만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장관이 민간위원 추천권을 통해 스리쿠션을 통한 낙하산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법안심사 소위가 정작 KIC의 투명성을 담보할 장치를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자본금 200억달러에 2007년부터 국민연금의 자산까지 위탁 관리할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날 운용자산에 대한 감독과 감시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 는 “KIC의 운용초기에는 외국환평형기금 등 일정한도의 자산만을 운용하게 제한한 뒤 운용능력이 입증된 후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 위탁자산 운용을 맡기는 건설적인 규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과 관계설정도 문제다. 최근 한은의 외화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 의사가 와전되며 2조원의 손실을 야기한 시발점도 국회의 KIC법안 심사과정 이었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한은과 KIC가 불협화음을 빚을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정치권과 정부가 남은 일정에서 감시장치와 보완책을 마련하느냐에 KIC의 성공여부가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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