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 불확실 "투자보다 손실 줄이기"

■ 대기업 "돈 쓸곳이 없다"기업 여윳돈 금융권 맴돌며 '이자 따먹기' 상당수의 기업들이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투자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한마디로 향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속적인 투자와 새로운 사업 개척으로 미래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절실하지만 미국ㆍ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유가ㆍ환율 불안 등으로 세계 경기전망이 '시계 0'인 상태이다 보니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 금융권에서 맴도는 현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여유자금을 은행(59%) 또는 비은행 금융회사(36%)에 예치하거나 유가증권 매입(2%), 부동산 매입(1%)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이 설비확충 등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금융권에서 맴돌면서 몇푼 되지 않는 '이자 따먹기'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국내 30여개 주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겠다'고 응답한 업체는 33.3%(10개)에 불과했다. 또 현대ㆍ기아차가 6조원의 현금을 확정금리형 채권상품으로 운용하는 등 대부분의 업체가 자금운용으로 차익을 남기기보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보수적인 자금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땅한 미래 투자처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익성 있는 사업이 눈에 띄질 않는다"며 "주가가 폭락하는 등 요즘같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자금운용으로 차익을 남기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금확보전 가속화 상당수의 기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현금 보유액의 현재 수준 유지 및 확대(77%)'에 매달리고 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우선 '실탄'이라도 많이 쌓아놓고 보자는 생각에서다. 이에 따라 때아닌 기업들의 자금확보전이 치열한 실정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21일자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3,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상균 자금전략실장(상무)은 "연말까지 자금수급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라크전쟁 등 대외변수가 불투명해 미리 확보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연내 만기 회사채가 1,000억원에 불과하나 변동금리부채권(FRN)이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한진해운 역시 지난 7ㆍ9월 각각 5,000억원(회사채)과 7,000만달러(FRN)를 확보했으며 현대중공업이 최근 1억5,000만달러 규모의 FRN을 발행하는 등 업계 전체로 가수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 투자 없이 미래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기업들의 보수경영이 '경영환경 불투명→투자부진→성장잠재력 하락→경기침체→경기 불투명'의 악순환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량기업들이 이처럼 자금조달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계기업들은 더더욱 설 자리가 좁아져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호성 전경련 연구위원은 "정부가 각종 규제 해소,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며 "대내외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에는 저금리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내수진작 등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투자축소는 성장잠재성 하락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현 상황을 개별기업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많다"며 "바이오ㆍ나노 등 대규모의 미래사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투자 리스크를 떠안아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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