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베스트셀러 들여다 보기] 공중그네

웃음으로 풀어낸 일본사회의 병폐<br>오쿠다 히데오 지음, 은행나무 펴냄


최근 서점가 문학코너에서는 '일류(日流)'가 거세다. 대형 서점 문학부문 베스트셀러의 상당수가 일본 소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만 봐도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일본 문학은 509종 153만부로 455종 123만부의 미국 문학을 넘어섰다. 이 일본 소설 열풍의 첫 시작으로 평가 받는 작가는 '냉정과 열정 사이' 등을 통해 여성 독자들의 감수성을 정확히 공략한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가 한국 서점가에 불고 있는 일류(日流)의 선두주자라면 오쿠다 히데오는 여성 독자층에 한정돼 있던 이 일류(日流)를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폭 넓은 대형 태풍으로 확산시킨 일등공신이다. 특히 '공중그네'는 2005년 1월 첫 출간된 후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지금까지 30만 권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출간된 지 2년이 다 된 2007년 1월 현재도 이 책은 출판인회의가 매주 발표하는 주간베스트셀러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중그네'의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웃음. '끊임없는 폭소를 준다', '만화책 같은 재미가 있다'라는 책에 대한 책에 대한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중그네'는 가벼운 느낌의 문장과 황당한 상황설정, 코믹한 인물묘사로 독자들에게 재미를 제공한다. 가벼운 터치의 유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는 박민규, 박형서, 이기호 등 최근 각광 받는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성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 하지만 '공중그네''는 이들의 글보다 더 쉽고 친숙하게 쓰여져 있어서 일반 독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웃음 단 한가지가 책의 인기 비결의 모든 것은 아니다. 책의 웃음을 보완하는 것은 그 웃음 속에 묻어나는 작가의 냉철한 세계관이다. 일본의 한 정신병원을 무대로 괴짜의사가 환자들을 치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병폐들을 무심한 척 드러낸다. 그 무심한 태도를 통해 현대 일본인의 다양한 강박관념과 스트레스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치열한 경쟁사회라는 점에서 일본사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는 국내 독자들이 공감할 만 하다. '공중그네'는 일본 소설 출판행태의 큰 변화를 몰고 온 소설이라는 것이 출판계의 평가. '공중그네'의 인기이후 출판사들은 그간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코믹한 일본 소설들을 앞 다투어 시장에 내놓고 있다. 마야베 미유키 등 마니아 취향의 추리소설이 시장에 나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공중그네'가 여성 타깃 시장에 불과하던 일본소설시장의 외연을 크게 넓혀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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