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공공기관 이전도 고객우선해야

임웅재 <정보산업부 차장>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임직원들은 감독기관인 중소기업청과 업무협의를 하기 위해 수시로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중진공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에 따라 오는 2012년까지 경남의 한 도시로 옮겨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동거리가 지금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다. 예산을 확보하려면 중기청은 물론 기획예산처가 옮겨갈 행정중심 복합도시(연기ㆍ공주), 국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를 발이 닳도록 다닐 수밖에 없다. 혁신형 중소기업 등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서주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은 본점이 부산에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은 아니다. 기보는 서울 여의도에 본점 못지않은 서울 지역 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사장은 부산ㆍ서울을 오가며 업무를 보고 양쪽에 설치된 화상 회의실에서 간부회의도 주재한다. 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176개 공공기관의 시ㆍ도별 배치방안에 따르면 기보와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는 신용보증기금은 대구로 둥지를 옮긴다. 그래서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두 기관 임직원들도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와 중기청을 뻔질나게 드나들어야 한다. 중진공과 마찬가지 신세다. 기업들과 연관이 많은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대구로, 한국산업안전공단ㆍ한국산업인력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은 울산으로 이전하는 것도 수요자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불편이 커질 수 있다. 성격이 유사한 연금 관리기관 중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경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이 전남,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제주로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이유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방에 13만여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연간 9조여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나 수도권과 지방이 고르게 발전하고 국가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성과 기업 등 고객의 편의를 무시한 채 ‘나눠먹기’식으로 배치하는 바람에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역본부ㆍ지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 기관의 본부(본점) 지방이전은 한전 등 지자체에 엄청난 세수증대 효과를 가져오는 곳을 제외하면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균형개발 논리만 외칠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기업의 편의와 공공기관의 업무효율을 고려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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