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을 수리는커녕 오히려 재건축을 기대, 슬럼화를 시킨다면 주택시장은 어떻게 될까? 지어진 주택관리를 계속 슬럼화 시킨다면 신규주택이 아무리 공급되더라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붇기`나 다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보면 주택의 수명은 계속 짧아지고 재건축만이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또 다시 등장하는 악순환이 재현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및 연한 차등 적용 등 일련의 규제 조치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재건축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후세에 짐만 지워주었었다는 인상을 지을 수가 없다.
사회 전반에 걸쳐 `재건축 신화`가 자리잡을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경제적 효용가치가 한 몫을 했다. 건물철거 등에 들어가는 비용 보다 재건축 후에 돌아오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앞 다퉈 사업에 나선 것이다. 10평 미만의 낡은 아파트 가격이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바로 재건축 후의 미래가치 때문이다.
80년대 건립된 단지의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강화했다고 하자. 재건축 시점에 건물 철거로 인해 돌아오는 가치가 더 크다면 `재건축 붐`은 또다시 나타나게 될 것이 뻔하다.
규제 일변도의 재건축 정책은 이 같은 점에서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작금의 정부 정책 역시 경제적 측면을 고려치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는 아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재건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재건축시 일정 부분 공공시설을 넣도록 하고 비용을 조합원이 부담토록 하는 것이 그 중 한 방법. 미래가치보다는 투입되는 비용이 많다면 무리를 하면서까지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주택은 사적재산이면서 동시에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비용을 증가시키고 한편으로 건물의 슬럼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병행해야 한다.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한 단지엔 대해선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낡고 노후화된 주택이 돈이 되는 시대는 과거 유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종배기자(건설부동산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