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의 확전이냐 휴전이냐.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막하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가 '환율외교'의 중심무대가 되고 있다. 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7일까지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개도국 등 당사자들의 입장이 여전히 크게 엇갈리고 있어 이번 총회가 갈등을 풀고 해법을 모색하기 보다 환율전쟁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환율전쟁으로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적어도 파국을 막자는 공감대 정도는 이번 회의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유연한 환율제도가 바람직하다'는 2003년과 같은 '두바이합의(일명 미니플라자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낙관적 관측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물론 점진적 약 달러를 용인하는 '두바이 해법'은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이지만 설령 이에 합의해도 급격한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립돼 이번 총회를 통해 글로벌 통화전쟁을 한방에 종식시키는 극적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경우 이달 이달 하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담을 거쳐 다음달 서울에서는 개최되는 G20정상회담이 환율전쟁의 항방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IMF와 세계은행 수장들은 환율전쟁을 우려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환율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분쟁으로 치달으면서 보호주의를 초래할 경우 1930년대의 실수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며 "각국이 환율문제에 관해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IMF,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가 환율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중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멕시코 및 나이지리아 등 24개 개도국(G24)도 이날 별도의 재무장관을 갖고,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지속으로 자금이 역내로 몰리는 가운데 과열과 함께 통화절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국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선진국들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일부 신흥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환율 압박이 높아지고 경기가 과열되는 한편 유동성으로 인한 위험도 상승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이강(李綱) 인민은행 부총재는 이날 급격한 절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은 하겠다며 퇴로를 열어놓았다. 반면 미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환율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미 행정부는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진전을 이뤄나가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가 환율전쟁과 관련, 뚜렷한 합의점을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 유세프 부트로스 갈리 IMF운영위원회 위원미 상공회의소에서 재계인사들을 상대로 행한 강연에서 자신은 주요 국가들이 환율문제와 관련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당장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지만 이미 해법에 대한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국가들이 자국통화의 평가절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의 투자자들은 각국이 결국 달러화 약세를 위한 조치에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엔화와 마르크화의 대폭적인 평가절상으로 귀결됐던 1985년 플라자 합의 보다는 이보다 느슨한 형태를 띄었던 93년의 두바이 합의(일명 미니플라자합의)쪽에 가깝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