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내 가혹행위로 자살한 전경에 대해 국가가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부장 김정호)는 부대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전경 A씨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A씨 일실수입 등의 50%인 1억3,400여만원만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5년 2월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기동대에 전입해 복무하던 중 고참들로부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가스’로 불리는 가혹행위와 폭행에 시달렸다. ‘가스’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뜻하는 속어로 물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물가스’,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화장실가스’, 잠을 못자게 하는 것은 ‘잠가스’로 불린다.
이 같은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A씨는 2005년 8월 부대 밖으로 외출을 나왔다가 인근 아파트 12층에서 투신자살했다. A씨에게 폭행을 가한 고참 2명은 각 근신 5일의 징계를 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선임들과 (가혹행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방관한) 지휘관들의 잘못이 인정된다”며 A씨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가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한 것과 관련, “A씨가 고통을 합리적으로 극복하려 노력하지 않고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부는 해군복무 중 상급자의 폭행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김모씨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합리적인 극복 노력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망인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국가의 책임을 30~40%로 제한한 데서 좀 더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