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시장 개방 國富유출 시각 버려야"

"통신시장 개방 國富유출 시각 버려야"佛 라퐁교수 초청 '한국통신산업의 방향' 좌담 정보통신 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프랑스 툴루즈 1대학의 장자크 라퐁 교수가 산업연구원(KIET) 초청으로 방한, 세미나를 가졌다. 본지는 라퐁 교수와 정갑영(鄭甲泳) 연세대교수(경제학)의 좌담회를 통해 한국통신산업의 방향에 대한 논의했다. 이 좌담회는 본지 박원배(朴遠培) 정보통신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라퐁 교수는 『외국에 매각하는 한국의 통신회사 지분은 결국 한국통신업체가 해외시장 진출할 수 있는 종자돈이 되는 만큼 한국은 통신시장 개방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보가 한 국가의 경제력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과 연구시스템을 유지,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회=디지털경제 혹은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통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라퐁 교수=두가지다. 하나는 정보유통의 강력한 중개자로 개인간·국가간 상호 교류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정보통신은 모든 정보에 쉽게 접하면서 정보를 공공재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물론 해결과제가 있다. 정보접근 비용(통신비)을 낮춰야 한다. 인터넷 인프라를 갖췄다 해도 접근료가 높다면 제3세계의 의 정보소외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두번째로 국가간 커뮤니케이션 증가를 불러올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 연합체제를 등장시킬 것이다. 현재 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연합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사회=세계 통신시장에 거대한 통합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는가.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라퐁 교수=소수 거대통신 업체로 재편되는 가운데 부작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통합화·거대화는 대세다. 우려되는 것은 경쟁 없는 체제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 본격적인 정보통신시대에 맞춰 교육 및 연구수준을 세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鄭교수=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최고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라퐁교수=정보통신시대의 국가와 개인 경쟁력은 정보활용능력에 달려 있다.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은 정보 활용도가 뛰어나고 이것은 곧바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鄭교수=사회자가 한국의 대응을 강조한 것은 IMF체제 이후 빠른 속도로 한국통신시장이 개방돼 국부유출론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고 본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퐁 교수=국부(國富)에 대한 관념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부는 국경 안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이 특정 통신회사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면 이 자금으로 미국 통신회사 지분을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한국의 세계투자 확대는 위험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회=정보통신 산업에 있어 정부의 규제와 기업의 자율문제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 한국의 경우 IMT-2000 기술표준 결정, 인터넷 사이트 등급제 도입, 통신요금 등을 놓고 이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라퐁 교수=정보통신 정책의 규제와 자율의 허용범위는 교리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워낙 기술발달이 빠르고 그에 따라 정책의 관점도 바꿔야 한다. 기술표준은 시장보다 정부개입이 우월했던 전례가 있다. 유럽 이동통신방식인 GSM이 대표적이다. 정부정책은 한순간 잘못된 선택이 됐다 해도 밀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 물론 그 반대가 요구될 때도 있다. 핵심은 실용적·경험적 측면에서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등급제 도입에 대한 불만은 세계화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데 따른 것으로 본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특정국가에서 나타났거나 등장할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공통현상이라는 것이다. 전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될 이런 문제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런 국제기구가 없다는 게 문제다. ◇鄭교수=인터넷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 한국에서는 인터넷과 유교문화가 충돌하는 현상이 있다. 특히 개방경제를 취해온 한국이 인터넷을 통해 문화까지 지배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라퐁 교수=인터넷 정책은 후세대까지 고려해야 한다. 개방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개방 속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문화가 미국 할리우드 문화를 제압하는 시대도 오지 않겠는가. 자국문화 보호에 대한 시각은 이런 관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사회=개인적으로 기술표준의 갈등에 대해 鄭교수께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한데. ◇鄭교수=1동 2비(동기식 1개, 비동기식 2개)가 우리 현실에 맞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구도를 정하는 데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과거에 혜택을 받은 업체가 동기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 좋지 않겠는가. 결정이 쉽다고 공기업을 동기식으로 유도하는 것은 반대한다. ◇사회=최근 이동통신시장이 급성장으로 유무선 통신 통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정보통신 시장, 서비스 및 사업자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과거의 규제패러다임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관련 정책부서가 분산돼 혼란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라퐁 교수=정보통신 분야는 규제자가 분산돼 조율이 약해지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 경우 부처통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영국은 과거 가스·전기 담당부처가 별개였으나 통합해 성공했다. 유무선의 경계가 파괴되고 있지만 과도한 무선확산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선을 유선보다 선호하지 않게 하는 정책적 조율과 배려가 필요하다. ◇사회=IMT-2000 사업자 선정방식은 크게 주파수경매제와 사업계획서 심사방식이 있다. 경매제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초기부담을 줘 결국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시킬 위험이 있고 심사방식은 선정과정에 대한 시비를 가져올 수 있다. ◇라퐁 교수=프랑스는 유럽국가 중 유일하게 심사방식을 채택, 10억프랑에 상당하는 자본이익을 프랑스텔레콤 주주들에게 안겨줬다. 프랑스텔레콤의 자본 개선을 위해 프랑스 국민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부담하는 꼴이 된 셈이다. 경매제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은 틀린 시각이다. 자본가·기업가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이윤추구가 근본이다. 만약 사업권의 가치가 낮다면 낮은 경매금액을 써냈을 것이다. 낙찰가가 높아 통신비를 높게 받아야 된다는 발상은 완전히 사업자의 논리다. 경매비용은 모든 사업을 할 때 반드시 부담하게 되는 비용(매몰비용)이다. 이것이 통신비용 책정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 사업자들은 시장지배력을 통해 어떻게든 이 부분을 벌충해 나갈 것이다. ◇사회=한국의 SK텔레콤, 일본 NTT도코모, 중국 차이나텔레콤 등 동북아 3국 의 최대 사업자들이 손잡고 4세대 이후의 통신시장에서 미국, 유럽블럭에 맞먹는 독자 기술표준기구 설립을 거론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퐁 교수=굳이 지역블럭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전략적 제휴의 대상을 지역 내 국가에 제한할 경우 국제경쟁 측면에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만한 제휴의 상대는 세계적으로 많다. /정리=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라퐁교수는 누구 지난 47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 하버드 경제학박사(75년)를 거쳐 91년부터 툴루즈 1대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산업조직론과 정보통신경제학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통한다. 특히 그는 무선통신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며 주파수경매제 등 통신정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입력시간 2000/09/18 19:4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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