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관람했다. 주변에서 잘 만든 영화라는 칭찬도 여러 차례 들었고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한국 출품작으로 결정됐다는 뉴스를 접한 뒤 꼭 한번 관람해야 할 것 같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웰컴투 동막골’은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영화 관람 후 700만관객을 넘어선 ‘웰컴투 동막골’의 힘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한국인의 통일염원을 보여주는 흥미 있는 영화라고 평가했고 네티즌은 반미ㆍ친북 등 이념 논란을 펼치며 신세대와 구세대의 갈등 및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라는 평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런 복잡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6ㆍ25전쟁은 무겁고 두려운 대립의 모습이지만 동막골 사람들은 전쟁터 한가운데서 전쟁이 무엇인지, 이념이 무엇인지 모른 채 순수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관객들이 그들의 순수성에서 빚어진 에피소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쟁의 원인, 전쟁이 미치는 영향 같은 복잡한 소재보다는 총을 하나의 막대기쯤으로 생각하며 인민군ㆍ국군ㆍ연합군을 그냥 다 같은 손님으로 여기며 반겨주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가 관객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웰컴투 동막골을 보는 2시간 동안은 각박하고 머리 아픈 현실을 잊고 영화 속 돼지잡이에 열광하고 티없이 맑은 동막골 주민이 되는 듯했다. 영화를 관람한 대다수의 관객들은 ‘정말 이런 마을이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꼭 존재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이는 고단한 현실을 잊고 잠시나마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우리 대중의 마음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은 경기 침체, 부동산 개혁, 교육 문제, 정치 갈등 등 수많은 현실적 문제로 답답해 하며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보낸다. 그들은 어떤 대립과 갈등도 잊은 채 현실과는 다른 산속 동막골에서 잠시나마 쉬고 싶어 극장을 찾을 것이다.
기업가ㆍ정치인들은 미래가 없는 현실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동막골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경제ㆍ정치 분야의 의미 없는 갈등 대결은 뒤로하고 아름다운 동막골을 향해 우리 모두 하나가 돼 달려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