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29일] 우리 경제의 '히든 챔피언'은?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 가을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여러 단어 중 그래도 독서가 으뜸이지 않을까 싶다. 바야흐로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여름휴가 때 샀던 책 2권을 이번 추석연휴에서야 겨우 갈무리했다. ‘히든 챔피언(헤르만 시몬)’과 ‘교토식 경영(스에마쓰 지히로) ’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읽는 책도 내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히든 챔피언’은 중소기업들이 독일 수출을 견인하는 비결을 알게 한다. ‘미니 틈새시장(Super Niche Marketing)’이 특히 시선을 끈다. 병원용 침대에 사용되는 작은 바퀴, 립스틱 자동생산 기계, 풍력에너지 업계용 특수나사 등이 그 예다. 숨겨진 진정한 챔피언들은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발상으로 지극히 좁은 틈새시장을 개척해 아성을 만들었다. ‘폭 넓게’가 아닌 ‘깊이 있게’에 주력한 것이다. 최고의 전문기술은 곳곳의 해외지사(평균 24개)와 세계화된 상표로 이어지고 이를 통한 글로벌화로 귀결됐다. 교토 인근에는 도요타나 소니 같은 대기업이 없다. 결국 교토의 중소기업들은 국내 대기업 납품이 아닌 세계시장을 택했다. 무라타제작소(전자부품)ㆍ교세라(세라믹)는 창업 초기 거래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대기업에서 거절당하자 미국으로 진출,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일류기술로 명성을 쌓았다. 불리한 입지환경을 오히려 교토 스타일로 발전시킨 것이다. 대기업과의 수직 계열관계를 초월한 수평분업구조(아메바 조직, 모듈화 등)는 새로운 경영모델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최근 성과도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오로라월드의 봉제인형, HJC의 오토바이 헬멧 등은 브랜드 인지도나 기술력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제품이다. 휴맥스는 셋톱박스라는 틈새시장을 공략, 자체 브랜드로 매출의 96%를 수출하는 등 히든 챔피언의 ‘집중화(focus)ㆍ세계화(globalization)’전략을 실현한 사례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내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폭등에 이은 세계금융시장의 불안과 같은 경영환경 악화는 중소기업들에 훨씬 더 큰 아픔이다. 가슴이 막힌다. 그러나 어려운 화두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중소기업들의 돌파구도 독창적인 기술개발과 경영혁신밖에 없는 것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기업활동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중소기업 자신의 경쟁력이 핵심인 것을…. 10~20년 뒤에 우리나라의 뛰어난 경영학자가 발간한 ‘한국식 경영’이라는 책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떤 국가의 관료가 추수감사절에 그 책을 읽으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때의 한가위는 지금보다 몇십 배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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