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천국을 만들자] '재벌=죄벌'인식고쳐 일할맛나게

부정적시각.잘못된 정서 과도한 규제가 의욕꺾어 >>관련기사 기업은 경제전쟁의 국가대표 선수다. 기업이 더욱 커지고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생활도 향상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대외적으로는 통상압력, 대내적으로는 잘못된 국민정서, 후진적인 정치관행, 과도한 규제 등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미친듯이 일할 수 있도록 우리를 내버려달라”(손길승 SK회장)는 말에는 우리 기업인들의 의욕과 애로가 동시에 담겨있다. 이제 우리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41주년을 맞아 기업의 신바람나는 경영활동을 통한 경제재도약의 방안을 모색키위해 ‘기업천국을 만들자’는 시리즈를 15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차라리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게 좋을 것이다.”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말이다. 여기에는 우리 기업ㆍ기업인들이 느끼고 겪는 경영의 현실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이는 우리 기업인들이 동남아는 물론 미국이나 유럽등 외국에 나가 정반대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들이 미국에 반도체공장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텍사스주 오스틴을 방문했을 때의 일은 결코 ‘특별케이스’가 아니다. 이들 일행은 호텔방에 들어서자 TVㆍ냉장고등 모든 가전제품이 삼성전자 제품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들은 특히 이 배려가 지역민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선 주지사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더욱 감명을 받았다. 이같은 정반대의 현상이 왜 발생할까. 해답은 간단하다. 많이 변했다고 하나 아직 기업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병락 서울대교수는 이와 관련, “정부관료를 포함한 사회지도층, 소위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단정한다. 우리의 지성인들은 남(특히 기업)을 비판하는데 주력하는 반면 미국의 지성인들은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등 남에게 베푸는 것을 최고의 지성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은 도둑’‘기업은 정부의 것’‘큰 기업을 때려야 생기는게 많다’는 지성인들의 잘못된 인식은 기업ㆍ기업인들의 의욕을 꺾고있다. 산업사회에서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기업이라는 사실을 외면한채 기업을 비하하는데 급급, 이 땅에서는 기업할 생각이 없어지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업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정경유착이나 총수전횡등 기업의 부도덕성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재벌=죄벌’이라는 국민정서를 만든 것이다. 장순영 한양대교수는 “항간에 알려진 기업들의 나쁜 면은 실제보다 왜곡된 경우가 많다”며 “기업할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잘못된 국민정서부터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기업가 정신이 높아질 리 없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최근 국가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31위, 기업에대한 신뢰가 47위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신뢰는 나락으로 추락해있다. 기업가 정신 3위에 랭크된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이 마이크로 소프트ㆍ제너럴 일렉트릭(GE)등 초일류기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네덜란드ㆍ핀란드ㆍ스웨덴등 땅은 작지만 경제강국인 ‘강소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도 필립스ㆍ노키아ㆍ에릭슨등 ‘스타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기업을 ‘경제 국가대표선수’로 키워 경제강국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제 우리는 가장 쉽고 평범한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정부와 국민이 기업을 아끼고 키워주지 않으면 나라가 살 수 없다’는 점이다. 해답은 명확하다. 기업을 기업으로 바라보고, 기업인들을 제대로 평가하면 된다. 물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경제국가대표’로 키우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돈을 잘 버는 기업인은 애국자로 취급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원성을 들으면 세금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하는 한 그룹 회장의 속마음이 더 이상 확산돼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도 고용하는 것 자체로 훈장을 받을 자격을 주는 프랑스의 사례를 도입할 때가 됐다. 경제강국들의 대선 캐치프레이즈가 ‘일자리 창출’에 있는 것이나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현대의 영웅은 기업”이라고 말한 것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번 무너진 산업을 다시 일으키려면 사회적인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은 설 땅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제조업 붕괴론’이 설득력을 더하는 가운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때다. 결론은 분명하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올바른 평가. 그것이 출발점이며, 목표여야 한다. /특별취재팀 이현우 산업부장(팀장), 정문재.고진갑.권구찬.최형욱.정승량.조충제.고광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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