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서 속 성지를 찾아가다] <상> 이집트편-모세의 출애굽기

시나이산 오르니 황무지 돌산이 끝없이…<br>걷고 또 걸어오른 해발 2,286m<br>험난한 지도자의 길 보여주는 듯<br>모세 기도로 단물로 바뀐 '마라의 샘'<br>베두인족이 차지… 관광객 맞아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은 해발 2,286m의 돌산에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이다. 새벽 별빛을 따라 산을 오른 세계 각국의 성지순례객들은 떠오르는 태양빛을 보며 감동에 빠져든다.

시나이산 아래쪽 캐더린 수도원 내부에 있는 떨기나무는 성지순례객들의 필수 방문지 중 하나다.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를 통해 유대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

모세를 따라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들이 홍해를 건너 사흘 만에 만난 '마라의 샘'으로 추정되는 우물터.


성서는 종교 경전일 뿐만 아니라 유대인의 역사서로서 가치를 갖고 있기에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은 신앙에 대한 확인과 과거에 대한 고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구약성서의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출애굽의 길과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예수가 갈릴리 지역에서 선교하고 예루살렘 십자가 길을 따라 죽음과 부활을 보여준 그 곳을 분당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 성지순례단과 동행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풀 한포기 없는 광야가 오히려 감사할 때가 있다. 고통 후에 뒤따를 기쁨과 보람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말이다. 구약성서 속 인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꼽히는 모세(Moses)는 이런 신념으로 광야를 걸었고 산을 올랐다. 이집트 땅에서 태어난 유대인 모세는 당시 파라오의 학살을 피하기 위한 어머니의 지혜로 강가 갈대밭에 버려졌고 공주의 손에 건져져 이집트 왕자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모세라는 이름은 '강에서 건져 올린 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동족에 대한 학대를 보다 못한 모세는 이집트 관리를 죽였고 사막 한복판 미디안 광야로 도망쳤다. '출애굽'을 감행한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은 그 유명한 '홍해의 기적'으로 바다를 건넜다. 목마른 이들은 지금의 수에즈운하를 건너 꼬박 사흘을 걷고서야 겨우 '마라의 샘'을 만났다. 히브리어로 '쓰다'는 뜻의 '마라'는 마시지 못하는 샘이었고 모세가 기도해 단물로 바뀌었다. 시나이반도 북서쪽 수에즈 터널에서 남쪽 30km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두 개의 우물을 만날 수 있다. 말라버린 우물터 뿐인 지금의 이 지역은 유목민인 베두인 족이 차지하고 있다. 베두인 소녀들은 구슬 장신구를 관광객들에게 팔아 용돈벌이를 한다. 성경에서 광야는 준비된 곳, 뉘우치는 곳, 회복하는 곳의 의미를 갖는다. 광야에서 방황하던 모세는 이드로라는 인물을 만났고 그 딸 시보라와 결혼했다. 시나이반도의 남부 시나이산 아래쪽에 모세와 이드로를 만나게 해 준 '이드로의 샘'이 작은 우물 형태로, 4세기에 건립된 이곳 '캐더린 수도원' 내 위치하고 있다. 수도원의 '떨기나무' 역시 순례 필수코스 중 하나다. 모세는 박해 당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구하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바로 '불붙은 가시 떨기나무'를 통해서 받았다고 성서에 기록돼 있다. 모세를 좇는 성지순례의 핵심은 시나이산이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해발 2,286m의 돌산. 시나이산은 '수도사들이 별을 따러 가는 산'이라는 별칭처럼 새벽에 별을 보며 걸어오르는 게 보통이다. 성지순례단은 새벽 1시 반에 채비를 하고 나섰다. 2시에 산 초입에 들어서 동이 트는 5시 반까지 걷고 또 걷는다. 세계 각국 순례객들은 작은 손전등으로 자신의 발을 비추지만 당시 모세에게는 하늘의 별 밖에 의지할 것이 없었을 것이다. 발바닥을 자극하는 돌덩이와 날리는 모래먼지, 끝을 알 수 없는 험난한 길은 계속된다. 정상 바로 밑 700계단까지 사람을 실어나르는 베두인 족의 낙타도 만날 수 있다. 바위 위에서 바람을 느낄 즈음 동이 터 오른다. 서서히 시나이산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걸어오른 산등성이가 발 아래 펼쳐지면 감탄이 터져나온다. 눈에 보이지 않았기에 묵묵히 걸었지 이토록 험난하고 높은 줄 알았더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길이다. 동행한 이종민 새에덴교회 목사는 "모세가 올랐던 산길은 무리 속에 있으나 영광에 다다르기까지 홀로 외로움과 고난을 감내해야 하는 지도자의 길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내려오는 길은 더이상 오르지 못할 험한 산도 없고 끝없는 광야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과 충만한신념으로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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