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가수요 못잡으면 이상 급등 지속"

다소 무리수 있더라도 시정 의지<br>■ 금감원, 기업·개인 외환거래 일일점검 초강수

금융당국이 ‘개별 환투기 세력 적발’이라는 초강경 대책을 내놓은 것은 외환시장이 투기성 가수요로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 300원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에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신용경색이 이미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되는 상황이라 “더 이상 투기세력의 달러 사재기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환율이 계속 급등세를 보이자 수출기업은 물론 일부 개인들도 보유 달러를 내놓지 않는 등 외환시장이 심리적 요인에 의해 크게 왜곡됨에 따라 “다소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은행을 통한 개별 기업 또는 개인의 외환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함으로써 수입업체 결제수요 등 정상적인 달러 수요인지, 아니면 달러 급등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가수요인지를 가려낼 계획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평소 외환거래가 별로 없다가 갑자기 달러를 거래하는 기업이나 개인의 매매 동향을 중점적으로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기업의 경우 수출과 함께 달러가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으로 달러 매수 주문을 내는 경우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런 강수를 동원한 것은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수단만으로는 최근의 환율 급등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 모두가 환율 상승을 기대하고 한 쪽으로 베팅하는 상황을 바꾸려면 환투기를 위한 가수요를 차단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현재 일일 외환거래량은 달러 팔자 주문이 자취를 감추면서 평소 100억달러에 이르던 물량이 20억~30억달러로 급감한 상태다. 수출기업은 평소 같으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기 위해 시장에 외화를 내놓았지만 지금은 환율이 계속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계속 달러를 손에 쥐고 있는 반면 수입업체 등 결제를 위해 달러가 필요한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치솟는 달러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300억달러 안팎의 외환보유고를 풀어 달러 매수에 나서고 100억달러를 원ㆍ달러 통화스와프시장에 풀고 있지만 원ㆍ달러 환율은 이상 급등세를 지속해왔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은행권 외환딜러의 투기적 매매를 조사하기 위해 은행권 자체 감사를 통해 이상 거래를 10일까지 보고하도록 지시했지만 은행들은 대부분 ‘이상 거래는 없다’는 식으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이 같은 느슨한 형태의 조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직접 조사요원을 현장에 파견해 외환딜러 및 브로커의 법규 위반 매매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