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대 주금 가장납입 적발
'깡통회사' 2,000여개 운영 사체업자등 5명 구속
3,000억원대의 사채를 이용해 2,000여개 깡통 회사의 주식대금을 가장납입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기업형 사채업자 및 가장납입업체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그동안 이름만 있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딱지어음 발행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기업주가 구속된 경우는 많았지만 유령회사 배후에 숨어 있는 사채업자 조직이 대거 검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는 7일 회사 주금을 가장납입한 혐의(상법 위반) 등으로 사채업자 김모(46ㆍ여)ㆍ조모(65ㆍ여)씨 등 전주(錢主) 2명과 주금납입 알선업자 김모(38)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알선업자 반모(31)씨 등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K은행이 부당 주금납입 창구 역할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금감원에 통보, 지점장 1명이 면직 처분되는 등 7명의 은행원이 내부 중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10월 부당 주금납입 대행업무 등을 이유로 K은행에 기관 경고 및 행장 등 임원 4명에게 주의적 경고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주 김씨와 조씨는 지난 2002년부터 3년여간 제일교역 등 주금 가장납입 알선업체에 각각 1,894억여원, 619억여원을 대여해 1,255개 및 391개 회사의 주금을 가장납입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 등 명목으로 부당이득 4억여원을 챙겼다. 알선업체 김모씨는 1,013개 회사에 1,500억원의 주금을 가장납입했다.
알선업체 직원들이 주금납입을 의뢰한 회사의 대리인으로 나서 전주의 돈을 주금으로 납입하고 은행으로부터 주금납입 보관증명서를 발급받아 회사의 설립 등기 등 필요한 절차를 마친 즉시 전액 인출해 전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주금 가장납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수 부장검사는 “지금까지는 개별 기업의 주금 가장납입을 수사해 기업주들을 처벌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수사는 가장납입 자금을 전문적으로 제공해온 명동 일대 전주 및 알선업자들을 중점 단속, 주금 가장납입의 돈줄을 끊어 가장납입을 둘러싼 구조적인 비리를 척결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입력시간 : 2004-12-07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