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11월로 잡혔던 보유세관련대책회의를 앞당겨 31일 개최한 것은 `10ㆍ29 부동산대책`이 부동산부자들의 투기심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에는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날 논의한 보유세 강화방안의 줄기는 과표현실화와 가감산율기준을 바꿔 내년에 보유세를 현재의 2∼3배 이상으로 올린 뒤 2005년부터는 종합부동산세를 통해 다주택 보유자에게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세금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의 토지만 합산해 과세하려던 종합부동산세제를 다주택자에 한해 주택까지 합산하고 최고세율(7%)을 적용하는 여러 가지 대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땅이나 집을 많이 갖고 불로소득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세금을 부담시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그러나 1주택자 등 서민ㆍ중산층에게는 세율과 6단계의 과표구간ㆍ가감산율 등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세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이나 서울 강북에서는 아파트에 따라 보유세가 다소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유세 강화방안의 초점이 부동산 과다 보유자이지 일반 서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시가의 30%수준에 불과한 과표를 순차적으로 상향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굳이 다주택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중산층까지도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등 선의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산ㆍ종합토지세제, 어떻게 달라지나=건물분에 대해 부과되는 재산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가감산율`의 조정이다. 정부는 지난 9월1일 보유세 개편안을 통해 이미 가감산율을 면적기준에서 국세청기준시가로 변경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조치는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실거래가격에 근접시키기 위한 것으로 내년 7월 세금을 매길 때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감산율을 60%에서 100%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재산세 부담은 세율을 조정하지 않는 한 2~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05에는 과표산출시 적용되는 신축건물가액을 현재 ㎡당 17만원에서 2.7배 수준인 46만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종합토지세도 과표가 매년 3%포인트 이상씩 상향조정되고 2005년에는 법률에 아예 50%수준으로 명시된다. 현재 과표현실화율(과표를 시가로 비교한 비율)은 전국 평균 36.1%선이다. 따라서 과표가 오르는 만큼 세금도 더 늘어난다.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내년에 과표현실화율이 3%포인트 오르면 과표는 34~52%까지 늘어나게 된다.
◇종합부동산세에 주택도 합산과세=보유세 강화방안의 핵심이다. 재산ㆍ종합토지세 과표현실화조치가 `미사일` 이라면 종합부동산세는 `핵폭탄`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정부는 `10ㆍ29부동산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도입시기를 2005년으로 1년만 앞당기기로 했으나, 이날 회의에서는 전국의 주택까지 합산해서 누진과세하는 방향으로 진일보했다. 토지만 단순합산하지 않고 주택과 토지까지 합산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보유에 따른 세금을 엄청나게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위해 크게 3가지 안을 검토중이다. 일단 적용대상은 다주택자로 한정하되
▲전국의 주택을 인별(人別)로 합산해서 누진세율로 과세하는 방안
▲주택소유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은 주택에 한해 누진세율 또는 7%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비주거주택에다 토지까지 합산해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세번째 방안이 가장 위력적인 조치지만 현재로선 두번째 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종규 재정경제부 재산세제심의관은 “보유세 강화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관련 심의위원회가 처음 열린 만큼 3가지 방안 가운데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내년 중 보유세제 법령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초까지는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심의관은 “보유세 개편방안은 과표가 크게 오르면 1주택자 등 실수요자로서는 세금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세율은 다소 인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과세대상주택으로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는 주택
▲주민등록만 돼있고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는 위장거주주택
▲미성년자명의의 주택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보유자가 직접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보유세 개편일정에 따라 과표만 조정하기 때문에 2005년에 세금부담이 수십배까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