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업안전이 경쟁력이다/열악한 환경] 단한번 사고치면 치명타

지난 95년 경남 양산의 유망 전자부품회사 L기업은 산업안전을 소홀히 하다 된서리를 맞았다. 사고 이전까지 국내시장 점유율 80%에다 4년 연속 흑자를 내던 이 기업은 직원들이 세정제인 솔벤트에 집단으로 중독되면서 노사관계가 악화된 데다 이미지가 실추되고 지분 참여를 했던 외국계 회사마저 철수하는 바람에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L기업의 사례처럼 산업안전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재해가 잦은 기업은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것은 물론이고 단 한번의 중대사고로도 기업이 치명타를 입기도 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산업재해를 줄이는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수준은 아직 낮은 상태다. 3일 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산업재해율은 95년 0.99%, 97년 0.81%, 98년 0.68%까지 낮아졌다가 외환위기 때 규제가 완화된 이후 99년 0.74%, 2001년 0.77%로 다시 증가추세에 있다. 지난해에도 11월말 현재 0.68%에 달해 1년전에 비해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 1만명당 산재사고 사망자수는 1.49명으로 산업안전 선진국인 영국(0.09)의 16.6배, 독일(0.30)의 5배, 일본(0.35)과 미국(0.36)의 4배가 넘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경제 손실은 막대하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산재에 따른 경제손실액은 9조328억원으로 2001년 전체 손실액을 훨씬 넘어섰다. 이런 추세로 갈 경우 지난해 전체 경제손실액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노사분규로 인한 제조업 전체 생산차질액(1조7,000억원)의 5.9배에 달하고 한해 자동차 수출액(15조원)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우리나라에 산재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64년 이후 2001년까지 산재자수는 340만명으로 부산광역시 전체의 인구(376만명)에 육박한다. 2001년 한해에만 8만1,484명의 산재자가 발생하고 2,748명이 사망했다. 하루평균 223명이 산업재해를 입고 7.5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11월 현재 7만2,905명이 재해를 입었고 2,291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98년이후 규제완화로 사업주들의 안전의식이 약화된데다 2000년 7월부터는 산재보험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산재자의 70% 이상이 근로자 50명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 사업장의 산재관리는 아직 취약하다. 정재희 서울산업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논리에 밀려 최소한의 산업안전망마저 사라지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공약한 대로 산재율을 줄여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산재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 영세 중소기업의 작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안전관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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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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