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제 한국이 의리를 지킬 차례

권구찬 기자 <정치부>

터키에는 우리 교민이 대략 800여명쯤 된다. 이들 대부분은 수천년 역사를 가진 고도(古都)이자 경제 중심지 이스탄불에 살고 있다. 그러나 터키인들은 한국인이 트로이왕국의 중심지인 트루바와 ‘노아의 방주’가 있다는 터키 동쪽 끝 아으르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한국인 숫자가 공식 교민 800여명의 10배인 8,000여명에 이른다고 믿고 있다. 아직까지 생존한 8,000여명에 이르는 한국전 참전 용사들은 그들 스스로 ‘코렐리(Koreliㆍ터키어로 한국인)’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혈맹이자 피를 나눈 형제이기에 그들을 기꺼이 한국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스탄불에서 만난 한 교민은 “터키의 어디를 가든 ‘코렐리’가 한국인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서 식사도 대접하고 숙소도 제공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인을 이처럼 환대하는 곳은 없을 듯하다. 터키 유력 일간지인 ‘자만’은 노무현 대통령 방문에 맞춰 ‘이제 한국이 의리를 지킬 차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ㆍ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참전 용사를 파병했던 국가”라고 전제하고 “국가간 의리의 면에서 긴 세월 동안 한국 대통령은 터키를 방문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터키 방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 이면에 피 흘리며 지원한 한국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 있다. 이 신문은 또 양국간 무역 불균형에 대해 한국이 구체적인 대답을 해주지 못한 데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국의 터키 수출액은 23억달러인 데 비해 수입액은 1억달러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노 대통령은 한국전 후 55년이 흘렀으나 국가원수가 터키를 방문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지난 16일 한국ㆍ터키 경제인 오찬에서 “이번 방문은 경제외교보다 우리 국민들의 인사를 드리고 감사의 마음과 따뜻한 인사를 터키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까지 했다. 앞서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마음을 전했다. 올 하반기에 대규모 사절단을 터키에 보낼 계획도 밝혔다. 양국은 수교 50주년인 오는 2007년 ‘우정의 해’로 기념하기로 합의했다. 노 대통령의 이번 터키 방문으로 터키인들의 50여년 묶은 소원함을 다소나마 풀어줬다면 우리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터키의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은 경제인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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