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린스펀 美의회서 무슨 말“ 촉각

이번 주 뉴욕증시의 최대 관심은 오는 11일에 있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하원 금융위원회 연설 내용이다. 그는 연초에 의회 청문회에 나가 한해 통화 정책의 대강을 밝히는데, 다음날인 12일에는 상원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그린스펀의 의회 발언이 뉴욕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특히 올해는 1월 공개시장위원회(FRB)에서 미묘한 언어 변화를 통해 금리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에 이날 발언이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 외환시장이 움직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 삭스는 그린스펀 의장이 1월 FOMC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월 FOMC가 있은 후에도 주식과 채권 시장의 반응이 그다지 크게 움직여지지 않았고, 시장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보다 폭넓게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높은 톤의 금융 긴축 정책을 시사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1월말 FOMC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 세번이나 사용했던 `상당 기간(considerable period)`란 용어를 삭제하는 대신에 `인내할 수 있다(can be patient)`라는 용어를 선택,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그 인내가 언제까지인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벤 버낸키 FRB 이사는 최근에 “2005년까지 인플레이션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지 않을 것이므로 몇 달간은 참을수 있다”며 올 여름쯤에 최소한 0.2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논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6월까지는 45년만에 최저 수준인 1%의 현행 금리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그후 금리 변화에 대해 미국 정치를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올해 의회 청문회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 공화당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가 예상된다. 민주당에서는 그린스펀이 지휘하는 FRB가 공화당 친화적이라고 비난하는데 비해, 공화당은 그린스펀 의장이 지나친 감세로 재정 적자가 불어나는 것을 경고하는 점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물론 그린스펀이 집권당이 어디냐에 따라 금리를 움직이지는 않고, 92년에도 금리를 올려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불화를 빚은 적이 있다. 월가에서는 그린스펀이 아버지 부시를 도와주지 않아 아들인 현 대통령에 빚을 지고 있다는 비공식 견해가 있고,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현저하게 나타나지 않는한 오는 11월까지 최대한 저금리 기조를 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월가에서도 민주당 경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존 케리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독주하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인기를 능가하는 것으로 나오자 이런 경향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가 투자기관의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투자가들의 90%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케리 후보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가 조정 장세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12년전에 클린턴 후보가 강세를 보이자, 주가는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곧바로 진정세로 돌아섰고, 클린턴 당선후 뉴욕 증시는 10년간 장기 호황을 맞았던 역사도 월가에서 회자되는 얘기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케리 부상은 월가에 불안요인이고, 조정 장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거시 지표들이 이번주에도 증시의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주 미국의 1월 실업률이 5.6%로 하락했지만, 일자리 창출 건수가 11만2,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발표됐다. 미국 경제 회복의 원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성에 차지 않았지만, 경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포인트를 맞춰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주 5영업일 동안에 다우존스와 S&P 500등 두개의 불루칩 지수는 1% 상승하고, 나스닥 지수는 0.1% 하락, 보합세를 유지했다. 기술주는 선도주인 시스코 시스템스의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게 나오자 하루에 2.5% 폭락했다가 주말에 그만큼 폭등하는등 높은 변동성을 기록했다. 이번 주에 나오는 거시지표는 ▲12월 도매 재고 ▲1월 소매판매 ▲12월 산업 재고 ▲1월 수입물가 ▲12월 무역수지 ▲2월 미시건대 소비자감성지수등이다. 분기 수익을 발표하는 기업으로는 ▲영국의 BP ▲델몬트 ▲매리오트 호텔 ▲메트라이프 ▲프루덴셜 ▲바이어컴 ▲월트 디즈니 ▲코카콜라 ▲애트나 ▲CVS ▲델 컴퓨터등이다. 미국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 결과가 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주식시장의 관심사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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