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사업이 출범 9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하고 있다.
별정통신사업은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에게 더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초 도입됐다. 인터넷폰, 음성재판매, 구내통신, 가입 대행, 재과금 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77개 등록사업자 가운데 44개 업체가 아직까지 이 사업에 손도 못대고 있다. 그나마 사업을 시작한 33개 업체도 적자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특히 인터넷폰과 음성재판매업체가 서비스를 위해 지난 6월 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별정통신사업자용 5자리 식별번호도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아까운 번호 자원이 창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별정통신사업자들은 『한국통신이 경쟁업체의 출현을 막기 위해 「지연전술」을 쓰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서는 별정통신사업자의 망(網)과 한국통신의 시내전화망이 반드시 연동돼야 하는데 한국통신이 교묘하게 이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에 전화 걸 경우 한국통신의 「001」이 분당 800원대인데 비해 인터넷폰을 이용한 국제전화는 대부분 300원대여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한 한국통신이 고의적으로 망 연동을 기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또 한국통신이 망 연동과 관련된 협상을 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중소 별정통신사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한국통신이 망 연동 대가로 현재 사용중인 전용회선을 한국통신 회선으로 바꾸라고 강요하는 불공정행위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별정통신사업자들은 최근 한국통신측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이름으로 이에 대한 개선 대책을 촉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한국통신측은 이에 대해 『망 연동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건 아니다』라며 『한 업체에 망을 연결시켜주는데 100일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망 연동 계약을 마무리한 한초통신의 경우도 석달만에 이를 완료했으며 시험 연동을 하는데도 2달이 넘게 걸렸다는 것이다.
전용회선 강매 주장에 대해서도 한통은 『정상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그럴 수는 있지만 그걸 강매라고 보는 건 다분히 오해』라고 해명했다.
한국통신은 오히려 『안정적인 서비스보다 이익에 눈이 멀어 적은 투자로 손쉽게 큰 돈을 벌려는 별정통신사업자의 무리한 욕심이 더 문제』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처럼 별정통신사업자와 한국통신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별정통신사업이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