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1일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자식을 둔 어미로서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시동생의 난은 가족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아픔”이라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현 회장은 11일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저의 아들딸들은 모두가 고 정몽헌 회장의 자식들이자 정씨”라며 “어려울 때 팔짱만 끼고 있던 정몽준 의원이 이제 와서 정씨 직계 자손에 의해서만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하니 이처럼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고로 어떻게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현 회장은 또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형제이며 아이들의 삼촌인 정 의원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어렵게 위기를 극복한 형의 기업을 비열한 방법으로 인수하려는 것은 돈으로 모든 것을 가지려는 어리석은 처사”라고 성토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진에도 ‘배임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이 집중됐다. 그는 “갑자기 소집된 이사회에서 주식취득결의가 이뤄진 점은 이사회가 이사회 멤버도 아닌 오너 정몽준 의원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함을 보여준다”며 “이는 오너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회사 자금을 동원시킨 현대중공업 주주에 대한 배임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단순 투자 목적이라면 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현대그룹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선뜻 (현대상선) 주식을 매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고가로 주식을 매수해 외국인에게 1,000억원대의 차익을 실현시켜준 행위는 국부유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회장은 마지막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리사욕을 위해 쓰지 않겠다”고 밝힌 뒤 “굳건히 현대그룹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