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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5월 3일] Don't be evil
정승양(문화레저부 차장) schung@sed.co.kr
시인 최영미는 16년 전인 지난 1994년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서 'Personal Computer'라는 시(詩)를 통해 PC와 섹스를 꿈꾼다. '어쨌든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 필요할 때 늘 곁에서 깜박거리는/ 친구보다도 낫다/ 애인보다도 낫다/ 말은 없어도 알아서 챙겨주는/ 그앞에서 한없이 착해지고픈/ 이게 사랑이라면/ 아아 컴-퓨-터와 씹할 수만 있다면!.'
시라는 게 함축적이어서 직설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1961년생인 그녀가 33살 피가 끓을 그때 꿨던 그 꿈은 50세 전에 이뤄졌다. 영화 '아바타'나 가상세계 '세컨드 라이프'처럼 사이버세계에서는 섹스도 가능한 게 현실이다.
빌 게이츠가 가장 두려워했던 공간이 '차고'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구글이나 아마존ㆍ야후ㆍ마이스페이스 등 창업후배들의 첫 사무실이 초라한 차고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경제가 만개하고 전방위에서 사업기회와 위기가 함께 나타나는 게 요즘 경제다. 이런 시대 속에서도 천안함 사태는 여전히 베일 속에 있고 봉은사 외압 논란,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 코드지원, 4대강 개발 논쟁, 검사들 성접대와 전교조 명단 등 다양한 이슈와 논란들이 현재화됐거나 잠재돼 어수선하게 하는 형국이다.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은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에 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업하면서 기치로 내걸었던 철학이다. 지금은 악해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필요악(necessary evil)'이 됐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런 일관된 철학으로 끌어들인 최고의 인재들로 구글어스 등 세계인을 사로잡았던 상상 상품들을 내놨고 불과 12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졌다는 게 정설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착하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악해지지는 않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그것은 탐욕스런 인간이 영원히 감내해야 할 염원이고 또 종교의 숙제겠지만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그 속에서 현재 우리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숙제와 불안들이 풀릴 것이라는 작은 기대가 있다고 말한다면 망상이라고 타박할까.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