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의 건설업] <중>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거듭나라

'주택 위주' 포트폴리오 바꿔야<br>대형사 일수록 '쏠림' 심해 리스크 관리는 사실상 손놓아<br>일부 중견사는 기술력 없이 부채비율만 높아 '곡예경영'<br>매출위주 사업방식 버리고 체계적인 경영전략 수립 필요

[위기의 건설업]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거듭나라 '주택 위주' 포트폴리오 바꿔야대형사 일수록 '쏠림' 심해 리스크 관리는 사실상 손놓아일부 중견사는 기술력 없이 부채비율만 높아 '곡예경영'매출위주 사업방식 버리고 체계적인 경영전략 수립 필요 김상용 기자 kimi@sed.co.kr 전세계 최고의 건설기업인 미국의 벡텔(Bechtel)사. 미국의 후버댐과 유로터널 공사로 전세계에 명성을 구가하고 있는 건설업체다. 직원 수만 4만6,000명에 달하고 연매출도 180억달러에 육박한다. 전세계 어떤 건설사도 벡텔사의 명성을 좇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공룡 기업인 벡텔사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변화와 변신의 노력이 숨어 있다. 발주와 수주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니치 마켓(Niche Market)을 찾아 e비즈니스 사업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e비즈니스 기업들의 인프라 구축사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 같은 변화로 벡텔사는 한때 연간 수주액의 15%를 인터넷 기업에서 따내는 등 틈새시장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며 여전히 세계 1위 건설사로서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건설사들의 변화와 변신의 노력은 얼마나 될까. 국내 건설사들의 노력을 보면 초라하다. 여전히 고전적인 포트폴리오 방식을 고집하는 바람에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의 대부분이 주택 위주의 안일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한 단기 실적에 집착하고 있는 만큼 100년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경쟁력과 기술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형 건설사의 주택 비중은 전체의 35%=지난해 한 대형 건설사의 매출액은 6조원을 웃돌았다. 국내에서 손꼽힐 만큼 탄탄하고 해외에서의 인지도도 높은 초우량 대형 건설사다. 하지만 이 건설사의 재무제표를 읽다 보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지극히 단순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매출액이 6조원을 웃도는 가운데 주택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이 2조원에 달한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 회사 주택건설 부문의 한 임원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여 한 개의 사업 부문이 호황을 보이면 그 분야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 같은 시장 상황이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관련 부서의 문책이 뒤따르는 만큼 해당 사업 부문을 늘리게 되고 나중에 급격한 시장 변동요인이 발생할 경우 리스크 관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형 건설사일수록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한 안정적인 사업구조보다는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인 셈이다. ◇중견 건설업체, 기술력ㆍ경쟁력 ‘노(No)’=중견 건설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자체적인 경쟁력과 기술은커녕 부채비율이 높아 아슬아슬한 곡예 경영을 펼치고 있다. 실제 탄탄한 재무구조로 평가되는 한 중견 건설사의 경우 주택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고 여러 개의 계열사를 신설하는 등 급격한 사세 확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국내 주택시장이 흔들리면서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결국 이 회사는 기존에 건설 중인 골프장과 계열사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골프장 추진부터 매각까지 불과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미분양 물량 급증과 이로 인한 낮은 입주율, 신규 사업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라며 “이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모든 건설업계가 공감하지만 실제 건설사들이 강구할 수 있는 자구책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아찔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한 우발채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데다 자기자본 대비 무려 7~8배에 달할 정도로 무리한 확장 경영에 회사가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무리한 확장 경영은 오로지 주택사업에만 치중돼 있으며 해외건설 사업장 역시 주택사업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편중된 매출 방식이다. 건설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지역 건설사와도 차별되지 않을 정도”라며 “이들 건설사는 공통적으로 무리한 차입과 PF를 통한 자금조달로 회사의 재무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화된 경쟁력으로 차별화를=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 개의 사업 부문이 호황을 보이면 뒤늦게 발을 담그는 국내 건설사들의 매출 위주의 사업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주택사업처럼 특별한 기술 없이도 매출량을 늘리고 경우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 분야에 대한 미련을 떨쳐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내 건설업계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경험을 하고도 또 다시 주택사업을 벌이고 정부 정책이 나오면 규제를 해소해달라는 반복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철기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부문은 정부 정책 등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지만 건설사로서는 현금 흐름과 수익성 등 모든 면에서 매력적인 사업 부문”이라며 “특별한 기술과 경쟁력이 없어도 주택 부문에서 시기만 잘 맞아떨어지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미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듀폰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100년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데는 시장을 내다보는 지혜와 변신의 에너지가 큰 힘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관련기사 ◀◀◀ ▶ [위기의 건설업] 한탕주의가 부른 부메랑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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