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재를 잡아라] <2> '그들'에겐 3가지를 묻지마라

능력만 있으면 "국적·나이·성별 不問" <br>"인재확보가 기업 미래 좌우" 전담팀까지 가동<br>대졸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무차별 유치경쟁<br>"선발만큼 관리도 중요" 조직 적응 지원도 활발



인재들의 보고(寶庫)로 주목받는 인도 첸나이의 인도공과대학(IIT). 이곳에는 매년 12월 중순이면 그 해의 졸업 예정자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초우량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몰려온다. 지난해 12월에도 마이크로소프트, GE, 맥킨지그룹 등 내로라는 초일류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방문해 IIT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열띤 취업설명회를 가졌다. 기업의 실적과 비전 등을 소개하는 이 자리에서 각 그룹은 인도 대졸 취업자 평균 초임의 5~10배에 달하는 엄청난 연봉을 제시하며 학생들의 눈길을 끌어당겼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2~3학년 학생들에게도 어지간한 지도교수의 월급보다 많은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을 제의하며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라고 권유하고 있었다. 첸나이에서 만난 미국계 다국적 기업체 한 인사담당자는 “인도의 인재들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훈련도 잘 돼 있다”며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능력이 있다는 점도 (다국적 기업으로선) 매력적”이라고 귀띔했다. ◇‘인재확보가 기업의 미래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미국의 JP모건체이스은 국적을 불문하고 채용문호를 개방해 우수한 해외 인재를 많이 유치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대졸 신입사원은 물론 고위경영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경영진의 국적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우수한 해외인력을 유치할 때 유리한데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강화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인터넷 업계의 세력판도를 바꾸고 있는 구글 역시 최근 ‘한명의 톱 엔지니어가 보통 인재의 300배 이상 가치를 갖고 있다’는 원칙 아래 국적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우수인재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전담 프로젝트팀까지 가동, 지난 80년 이후 세계 59대 대학에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취득한 모든 물리학ㆍ수학ㆍ컴퓨터공학 전공자 리스트를 추적해 사람을 뽑고 있으며, 여성인력을 중시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이 밖에 무선통신의 강자인 핀란드의 노키아가 일찌감치 인재의 글로벌 소싱 원칙을 세우고 헝가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든 것도 업종과 국경을 넘어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재 확보=기업의 미래’라는 등식에 맞춰 초우량 기업들이 인재에 대한 욕심이 글로벌 단위로 펼쳐지는 상황이다. ◇ 국경ㆍ나이ㆍ성 차별은 없다 = ‘가전 명가’ 부활의 기치를 내건 일본 소니는 지난해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후임으로 영국인 하워드 스트링거씨를 선택해 지구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일본 대기업의 이 같은 ‘역발상’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꼭 필요한 인재일 경우 어느 직급이든 국적에 구애 받지 않고 등용하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업체인 맥킨지 역시 지난 94년 최초로 미국인이 아닌 인도 국적의 라자트 굽타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 회사는 지금도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기회를 열어 놓고 그들의 출신지에 관계없이 맥킨지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바라본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세계 초일류 기업들은 한결같이 핵심인재 확보에 ‘국적과 나이ㆍ성별’ 제한을 두지 않는 추세다. ◇인재 선발보다 인재 관리가 더 중요하다= 다국적 인재들을 발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이들에 대한 관리다. 해외 인재들은 조직에 대한 정보부족, 문화적 배경의 차이 등으로 인해 조직 내에서 소외를 느끼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채용한 우수 인재들이 이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중도하차 한다면 조직으로서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은 이러한 이질적 문화로 인해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해외 우수인력을 위해 인텔에 들어와 성공한 해외인재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해 주는 프로그램(Multi-Cultural Integration)을 운영하고 있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는 역시 ‘인터내셔널 퍼스널 디렉터’란 내부 컨설턴트를 활용해 해외 인력을 도와주고 있다. 10년차 이상의 경력을 지닌 이들은 맥도널드의 자회사를 직접 돌면서 해외 인력들이 직면하는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원석을 발굴하는 것 이상으로 갈고, 다듬고, 가치를 유지ㆍ발전시키는데 상당한 노력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특별취재팀정상범차장(팀장)·이규진·김현수·김홍길·김상용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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