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역군`으로 불리는 종합상사는 오늘날 한국 대기업의 모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재계 1위 삼성을 대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지만 그 뒤에는 삼성물산이 있었다. 전세계 곳곳에서 수출뿐 아니라 스포츠 외교까지 묵묵히 챙겼던 현대 맨들. 그들 역시 대부분 종합상사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금은 퇴색했지만 한때 찬란했던 대우 신화는 ㈜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이 맨손으로 일궜다 해도 다름 아니다. 국내 최대 정유사와 이동통신회사의 젖줄 역시 SK글로벌(전신 ㈜선경)이다.
다른 산업을 폄하할 뜻은 없지만 상사는 실제 주식회사 한국의 `모기업`이다.
하지만 지금 종합상사는 한국 경제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대우는 수조원에 달하는 분식으로 지난 99년 한바탕 우리 경제를 흔들었다. 현대종합상사는 자본잠식 상태인데다 각종 구설수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SK글로벌 역시 수조원의 부실이 확인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적잖은 짐이 되고 있다. 상사 맨들은 이제 하루도 국민들의 손가락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경제의 희망이자 모태였던 종합상사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자본도 기술도 없었던 그 때,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렀던 그 시절,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 모든 책임은 상사에 게 있었다. 돈 되는 건 물론, 안되는 것도 팔아야 했다. 성장동력(수출)이 조금만 떨어지면 온 나라가 종합상사만 쳐다봤다. 당시나 지금이나 상사맨이 가진 것이라곤 맨주먹뿐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상사의 피폐함과 상관없이 여타 기업들의 체질은 튼튼해져 모태의 보살핌이 없어도 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기력이 다한 종합상사는 종합병원의 수술대에 누워 처분만 기다리는 형편이 됐다.
정당치 않은 수단과 방법은 고쳐져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병상의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딛고 오늘의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치료법을 함께 찾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철기자(산업부)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