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그들만의 잔치'

노희영 증권부 기자

[기자의눈] '그들만의 잔치' 노희영 증권부 기자 nevermind@sed.co.kr 노희영 증권부 기자 “주주가 부르면 와야죠.”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앞. 미국 자산운용사 캐피털그룹의 면담 요청에 줄줄이 불려나온 국내 대기업 CEO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캐피털그룹은 이사회를 겸한 투자전략회의를 열고 최영휘 신한금융지주 사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을 차례로 호출했다. IR담당 임원이 나가도 될 법한 자리에 국내 투자자들은 만나보기도 힘든 이들이 두어 시간씩 차이를 두고 회의장을 드나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언뜻 보면 기업들의 주주중시 마인드가 높아진 것인가 싶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일일이 주주들을 찾아가 회사에 대한 설명을 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와달라고 하면 가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캐피털그룹이 전세계에서 운용하는 자금은 8,000억달러(약 920조원). 한국 증시에도 5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31개에 이를 정도로 ‘큰손’이다 보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과연 소액 투자자를 비롯한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같은 주주중시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의문이다. 면담에 참석한 삼성전자 등은 그 자리에서 오고 간 내용들을 공시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의 질문에도 “일상적인 기업설명회였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회피했다. 결국 이날 면담은 외국인과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진이 펼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고 이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알 권리’는 무시됐다. 이 때문에 공시위반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외 큰손들에게는 쩔쩔매면서도 국내 기관 및 개인주주들에게는 여전히 고압적인 국내 기업들의 이중적인 태도. 이 속에는 왜 기관이나 개인이 서울증시를 외면하고 있는지에 대한 작은 해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입력시간 : 2004-09-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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