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깝고도 먼 '내수경기의 봄'

백화점 매출늘어 소비회복 기대감 불구<br>할인점등 저가코너만 북적 '풍요속 빈속'

지난 주말부터 정기세일에 돌입한 백화점에는 저가 기획상품 코너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중 경기에 대해 “대한은 지났다”며 “경기회복 추세 확인은 3,4월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물지표의 대표격인 신용카드 사용액과 주요 백화점의 매출은 지난 달 각각 14.6%와 6.4%의 증가율을 기록, 경기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경기 체감온도는 그리 따뜻하지 만은 않다. 신림동에 사는 회사원 조모(28)씨는 “경기가 살아난다고 소비를 늘리는 사람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만한 사람들”이라며 “샐러리맨 처지에선 쉽게 소비를 늘릴 수 없다”고 말한다. 소비생활의 주축을 이루는 유통업의 현장에서 지표가 아닌 실제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지 둘러봤다. ◇백화점은 조심스레 회복 기대= 봄 정기 세일 나흘째인 4일 오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1층의 화장품 한정 판매 코너에선 개점 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매진’이라는 직원의 말이 이어졌다. 같은 날 신세계 강남점 8층 아동복 매장도 특가 매장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하지만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특별행사 매장들 뿐. 주부 조혜경(33)씨는 “다른 매장에 더 좋은 제품도 있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특별할인 제품에만 손이 간다”고 말했다. 백화점 매장 관계자들은 “지난 2월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경기 회복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소비는 아직까지 조심스럽다. 롯데백화점의 한 남성 의류 매장에는 물건은 사지 않고 사은품을 받으려는 고객들만 들락거렸다. 사은품으로 휴지 2세트, 세제, 양말을 받았다는 50대 최 모씨는 “이제 선물은 다 받았으니까 지하에 가서 반찬거리나 사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물론 예전엔 백화점에 올 생각도 못했던 소비자들이 일단 백화점까지 나오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의 징조다. 백화점 관계자는 “늘어난 손님들만큼 소비도 늘어나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할인점은 풍요속 빈곤= 서민 생활의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할인점의 경우, 매출액으로만 보면 작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2일 이마트 은평점에선 1층 식품매장과 각 층에 마련된 ‘초특가 할인매장’엔 손님들이 북적거렸지만 2층의 화장품, 보석매장에는 판매직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골프 매장엔 아예 판매직원도 없었다. 한 고객은 “사는 사람이 없으니 파는 사람도 없나”며 자리를 떴다. 할인점의 매출 증대는 소비가 늘었다기보다 재래시장 고객을 끌어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할인점들이 예전에 없던 초저가 물건까지 판매하고 있기 때문. 신세계 이마트관계자는 “요즘엔 ‘1+1 행사’도 구입품과 똑같은 물건을 줘야 소비자들이 사간다”며 “기획이나 저가 이벤트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패션몰은 ‘안개’, 재래시장은 ‘스산’= 쇼핑몰이 몰려 있는 동대문상가. 거리는 여느 주말처럼 활기가 넘치고 쇼핑몰 안은 젊은이들과 주부들로 북적대 경기가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표정이 밝지 만은 않았다. 두타 지하1층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김봉선(34)씨는 “1, 2월보다 약 20% 정도 매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아직 80%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나타냈다. 한편 남대문시장은 주말의 흐린 날씨만큼이나 스산했다. 30년째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유종규(남ㆍ54) 씨는 “어제도 5개밖에 못 팔았다”며 “오후 2시가 지나도록 개시조차 못하는 날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남대문의 한 쇼핑몰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윤형식(38)씨는 “매출이 작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며 “요즘 같아선 업종을 바꿔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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