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환율과 주가는 연일 널뛰기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실물경기마저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 총수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지난 16일부터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부인인 명계춘 여사의 빈소에 문상을 온 재계 총수들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대체적으로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함을 보이면서도 현실 진단과 사태 전망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회복까지는 시일 걸릴 것”=재계 총수들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리먼브러더스나 메릴린치 등의 사이즈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이럴 때 기업들이 너무 팽창에 주력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이) 당분간 지속되지 않겠느냐”며 금융시장 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 금융위기가 당장에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은 결국에는 금융위기를 극복해낼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박 회장은 “이번 금융위기가 미칠 영향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금융 불안의 바닥 탈출 신호로도 볼 수 있지 않느냐”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 회장이 빈소를 찾은 날은 16일로 이날 국내 주가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100포인트 이상 빠졌었다. 구 회장은 “경영상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잘 해내겠다”며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할 말이 없다”=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최 회장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허 회장은 금융시장과 관련한 질문에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말을 아꼈고, 이 회장 역시 “세상이 어지러워 뭐라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빈소를 빠져나갔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 있던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재계 총수라고 해도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상황분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