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보험사, 국제회계기준 대비를

중국 춘추시대에 진(晉)나라의 국왕인 도공(悼公)에게는 유능한 사마위강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는 “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즉무환(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則無患)”이라는 말을 남겼다. 즉 편안할 때에도 위기를 생각하면 대비를 하게 되고, 대비를 하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0년을 전후로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도입ㆍ시행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및 모든 상장회사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게 돼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우리 기업의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제고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회계기준의 원칙은 보험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보험산업은 주로 장기간의 위험을 보장하는 금융산업인 만큼 국제회계기준 도입의 효과와 대응방안을 적절히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특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보험상품은 일부 단기간의 위험을 보장하는 자동차 및 일반 손해보험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10년 이상의 장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 부채의 대부분은 회사가 향후에 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에 대한 준비금으로서 예정위험률ㆍ이자율ㆍ사업비율 및 배당기준율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산출된다. 우선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준비금을 평가하는 기준이율이 달라지면 고금리 고정이자율상품이 아직도 많은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부채가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회사 준비금은 장래에 지급하는 보험금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금액인데 평가시 적용하는 이자율이 현재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미리 정한 이자율에서 향후에는 평가할 당시의 시장 이자율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우리 생보사는 과거 7% 이상의 고정금리로 판매한 계약의 비중이 매우 높아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는 첫 회계연도의 기준 이자율에 따라 수조원의 추가 부채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과거 고금리 계약의 비중이 높은 보험회사는 자본 수준의 확충과 더불어 부채의 대폭적인 증가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또 보험부채의 변동성이 대폭 증대될 수 있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의 가격변동성은 커진다. 우리나라 생보사의 전체 준비금 중 약 81%는 잔여만기 10년 이상의 계약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국제보험회계기준에 따라 평가할 경우 보험회사의 부채는 급격하게 변동될 수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들은 보험부채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 확률론적 접근을 통해 이자율 등의 변동가능성을 보험료 산출에 과학적으로 반영하고 자산과 부채의 만기구조를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의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험부채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제반 시스템의 구축이 현재까지 미진하다는 것이다. 보험부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험통계자료에 기반한 이자율ㆍ위험률ㆍ사업비율ㆍ해약률 등 평가 변수의 추정과 이들 변수에 따른 미래 현금 흐름을 추정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보험회사들이 갖추고 있는 시스템은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험부채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물적ㆍ인적 인프라의 구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3이원(利源)방식의 보험료 산출 체계 또한 현금 흐름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우리 보험산업은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7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여러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와 제반 시스템의 구축이 아쉬운 형편이다. 진나라 사마위강은 “편안할 때에도 위기를 생각하고 대비하라”고 했으나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실정은 현재의 어려움을 이유로 다가올 미래의 위기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