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중심으로 진행돼왔던 물가의 오름세가 공산품과 서비스업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꺾이고 나면 전체 물가도 많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상승 범주가 이처럼 넓어지는 것을 보면 물가 오름세가 추세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름세가 농산물에만 제한됐다며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미뤄온 한국은행의 입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품목별로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을 중심으로 각종 부대행사가 많이 열리면서 대형 호텔의 가격이 많이 올라간 것이 눈에 띄었다.
한은이 9일 내놓은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올라 지난 2008년 12월의 5.6% 상승률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농림수산품 상승률이 29.5%로 전달(29.6%)에 이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공산품의 경우 7월 4.7%에서 8월 3.7%, 9월 3.6%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되는 듯하더니 10월에 다시 4.8%로 상승폭이 껑충 뛰었다. 석유화학과 1차 금속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반면에 주력수출품인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와 D램 가격은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기류를 반영해 무려 -26.5%, -20.6%나 내려가는 등 IT제품의 하락세가 그나마 물가 오름폭을 제한했다.
서비스업 역시 7월 1.4%에서 8월 1.3%, 9월 1.2% 등으로 오름폭이 무뎌지다가 지난달에는 다시 1.6%로 수직상승했다. 품목별로는 계절 성수기에 따라 전세ㆍ관광버스 요금이 15%나 올랐고 자동차보험료(3.6%)와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3.1%), 건축설계ㆍ감리비(13.6%), 호텔숙박료(6.0%) 등도 상승폭이 컸다. 박연숙 물가통계팀 과장은 "대형 특급호텔들이 G20 행사를 앞두고 할인가격을 없애면서 가격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물가의 상승 범주가 이처럼 광범위해짐에 따라 오는 16일로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로서는 인상압력이 더욱 가중되게 됐다. 한은은 지금까지 물가의 오름세가 농산품에 국한됐다는 이유로 금리를 동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