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 금융기관에 한국은 봉?

메릴린치·리먼등 자금유치 협상서 고압적 자세에다 높은 매각價 제시

위기에 처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자본을 끌어들이려 하면서도 고압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황당한 수준의 조건을 제시하는 등 한국을 마치 ‘봉’처럼 여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릴린치사는 막대한 부실채권을 줄여나가기 위해 우리나라의 자산관리공사(캠코)와 매매협상을 벌였으나 사실상 결렬됐다. 캠코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 부실채권사업 진출 차원에서 꽤 많은 양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려 했지만 메릴린치 측 제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실을 초래한 당사자들이 협상에서 고압적 자세로 나와 내심 불쾌했다”며 “한국을 봉처럼 여기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캠코와 메릴린치의 부실채권 매각협상이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업은행이 미국 4위의 투자은행이면서 엄청난 부실에 직면한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리먼 측은 초기 과도하게 높은 가격과 황당할 정도의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산은의 리먼 인수에 반대의사를 밝히자 그제서야 리먼이 태도를 바꿔 가격을 크게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먼이 산은뿐 아니라 캠코에 인수를 제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캠코의 또 다른 관계자는 “리먼이 주식 인수를 제의한 적이 있는데 법적으로 캠코는 부실채권 이외의 주식을 살 수 없게 돼 있다”며 “리먼이 급하긴 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