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4일] 경제침체, 구매 혁신으로 돌파하라

최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짐에 따라 기업들의 원가절감을 위한 전략적 구매관리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불확실성 시대에 구매혁신이 기업들의 살길로 떠오른 것이다. 전략적 구매관리가 빛을 발할 때가 바로 요즘처럼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때이다. 구매혁신은 환율급등으로 원재료가격이 오른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원가절감 효과를 가져다준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판매증가로 이윤을 내는 것보다 바로 순익과 직결되는 구매 부문에서의 비용절감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직접적 원가절감 효과 가져와 제조업을 기준으로 볼 때 매출원가의 약 60% 정도를 책임지는 구매 부문의 중요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보통 매출 100억원, 영업이익률 20%의 회사가 10억원의 매출 증가를 보이면 영업이익은 10%(2억원) 늘어난다. 하지만 이 회사가 10억원의 구매원가 절감을 달성하면 영업이익은 50%(10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구매관리의 효율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구매의 중요성은 경제상황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구매의 역설(Purchasing Paradox)’처럼 경기가 나빠질 때 최고경영자(CEO)들은 구매혁신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경기가 나아지면 곧 관심을 마케팅이나 재무 등 다른 분야로 돌려버린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구매혁신이 아직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다른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제품원가에서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구매업무를 지원업무로만 취급하거나 관련 교육이 크게 부족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필자는 미국 구매자재관리협회 국제공인구매전문가(CPM)과정 시험 출제위원도 했고 국내와 미국 기업들의 구매관리 컨설팅 서비스를 수차례 진행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사내 및 협력업체 개발파트와 구매 부문의 협력시스템이 잘 돼 있는 삼성전자나 구매원가 2% 절감이 매출 20% 향상효과와 같다고 보고 올 초 IBM의 구매전문가인 토머스 린턴을 최고구매책임자(CPO)로 영입한 LG전자, 글로벌 소싱을 통한 원가절감과 차별화에 나서는 이마트 등 국내에서도 우수 사례가 있지만 아직은 구매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경영환경에 휩싸여 있는 요즘 같은 때는 구매관리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은 뛰어난 구매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고 CPO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구매부 출신인 와타나베 가쓰아키를 지난 2005년부터 사장자리에 앉혀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CEO들이 먼저 구매혁신의 중요성을 절감해 구매ㆍ공급부서의 양적ㆍ질적 인력개발에 힘써야 한다. 양적이라 함은 구매ㆍ공급부서에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구매ㆍ공급부서 인력의 전문화를 위한 교육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또한 부패방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전제로 구매 전문인력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소싱을 위한 품질 재고관리를 위해서도 전문인력이 중요하다. 교육과정 신설·인력양성 나서야 대학도 보조를 맞춰 구매관리와 SCM(Supply Chain Managementㆍ원재료 발굴부터 완제품이 고객에게 배송되기까지 전단계를 관리하는 공급사슬경영)을 경영대학 커리큘럼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구매관리 분야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곳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국제공인 구매ㆍ공급관리(CPSM)과정이 거의 유일한 형편이다. 주요 대학에도 이 과정이 신설되는 것이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원가절감을 위해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협력업체를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해서도 안 된다. 구매관리 분야의 혁신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협력업체와의 상생의 길을 찾으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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