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대형 보험사의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든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가 실제로는 중소형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 금호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들과 방카슈랑스 전용 보험사인 하나생명은 이 달 들어 은행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를 거의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의 보험판매 매출 가운데 특정 보험사 상품의 비중이 49%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보험업법 시행령상의 규제 때문이다.
신한생명의 경우 신한은행 보험상품 매출의 80%를 넘어섰고 금호생명은 외환은행 70%, 광주ㆍ전북은행 80~90%에 달한다. 하나생명도 모회사인 하나은행의 보험매출의 80% 안팎으로 일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채 거의 한달 째 개점 휴업 상태다.
그러나 이 규제는 당초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대형 보험사의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말 보험업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면서 “은행 창구를 통해 대형 보험사들의 상품이 집중적으로 판매될 경우 중소형사들이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다”며 “`판매비중 49% 제한 규정`을 통해 대형사와 일부 외국사의 과점을 견제하겠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시행 3개월이 지난 지금 이 조치는 오히려 이 시장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중소형 보험사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중소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시행령 때문에 두 달 만에 은행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이 규제는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며 실제로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의 항의가 많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영업을 위해 전산투자 등 상당한 비용이 들었는데 이 규제 때문에 손을 놓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탁상행정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늘리려는 중소형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