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가 38弗 13년만에 최고] 세계 경기회복세 급제동 우려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 국제 유가가 지난 90년 걸프전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배럴당 40달러 돌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 회복세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WTI 4월분 인도분은 배럴당 70센트나 오르며 38달러선을 훌쩍 뛰어 넘었다. 이는 지난해 90년 9월 배럴당 39.54달러를 기록한 이후 무려 13년래 최고치. 많은 국제 상품선물 전문가들은 OPEC의 원유감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다 투기적인 가수요, 테러 위협 등 복합적 요인들이 악재로 작용, 유가의 배럴당 40달러 돌파를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유가 상승은 원유 공급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과 물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작용, 세계 경기회복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유가 왜 치솟나=국제 유가는 지난 2002년 1월 17달러대에서 거래되었지만 이후 꾸준히 저점을 높여가면서 올해초 30달러대에 진입했다. 또한 40달러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국제 유가가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OPEC이 다음달부터 감산을 실시, 수급불균형이 우려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푸르모노 유스기안토로 OPEC 의장은 18일 “OPEC 바스켓 가격이 목표치 상한선인 28달러를 넘어서더라도 4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는 종전 계획을 이행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약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22~28달러 가격대로는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만큼 감산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 미국의 가솔린 재고분 감소도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17일 미 에너지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1주일간 가솔린 재고는 80만 배럴 줄어든 1억9,960만 배럴을 기록,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또 일부 헤지펀드 투기세력은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제 원유 선물시장에서 고가 매수주문을 내고 있어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만파이낸셜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에드워 메이어는 “헤지펀드들이 계속 매수포지션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제 유가는 OPEC의 콘트롤 범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얼마까지 오를까=국제 상품거래 전문가들은 40달러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OPEC이 다음달부터 감산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만큼 수급불균형에 투기적인 가수요까지 겹쳐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것. 인피니티 브로커리지 서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존 퍼슨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국제 원유 수요는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는데 OPEC의 원유감산과 미국의 가솔린 재고 감소는 유가급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40달러 돌파가 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앨러론트레이딩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도 “OPEC이 감산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강행할 경우 다음달 1일 이전에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OPEC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 일부 OPEC 일부 회원국들의 경우 이미 산유쿼터를 지키지 않은 점을 들어 유가가 40달러대를 넘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에 치명타=유가 급등은 약달러 덕을 보고 있는 미국 경제와 회복세의 세계경제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 17일 “미국의 무역관련 데이터는 원유 수입가격이 30달러 이하일 때를 기준으로 정해놓은 것”이라며 “유가가 40달러를 넘어설 경우에는 무역수지 개선에도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국제관계위원회의 원유산업 애널리스트인 필립 발레저는 “유가상승은 미국의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제조업 수출은 약화시켜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세계 원자재 시장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도 유가급등과 이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성장동력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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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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