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정치권에도 임요한이 있다면…

원희룡<국회의원 ·한나라당>

스타크래프트 게임 선수 중에서 최고의 선수를 들라면 ‘테란의 황제’ 임요환을 빼놓을 수 없다. 임요환은 타고난 감각보다는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는 노력파일 뿐만 아니라 혁신가이다. 기존의 것을 연습해가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역발상으로 전략 혁신을 추구한다. 다들 테란 종족이 불리하다고 기피할 때 과감하게 테란을 선택했다. 또 그의 말처럼 남들보다 더 끈질기게 게임을 열심히 붙들고 연습한 결과 ‘임요한의 드랍쉽’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새로운 활용법을 선보였다. 임요환은 이미 사회 다른 분야에 혁신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소니의 효자 상품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든 사람이 구타라키 겐이다. 구타라키가 이끌었던 SCE(SONY Computer Entertainment)의 영업이익은 소니그룹 전체의 70%를 달한다. 하지만 구타라키가 처음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들겠다고 제안했을 때, 소니의 간부들은 “천하의 소니가 아이들 장난감, 그것도 게임기를 만든다니 말이 되는가?” “소니의 명성과 우아함에 먹칠을 하자는 말이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화(和)’가 중시되는 일본 기업 풍토에서 구타라키는 ‘소니의 수치’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구타라키는 “늙은이들이란…”이라며 간부들의 말에 콧방귀도 안 뀌고 플레이스테이션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소니로서는 천만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커나가지 못하는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혁신의 여지가 사라지기 전에 상상력이 먼저 고갈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산업기술과 사회는 발전한다. 우리의 상상력이 고갈돼가는 그 역사의 한가운데서는 반드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로 임요한과 구타라키와 같은 혁신가이다. 한국 정치도 이들과 같은 혁신가의 출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역 분할 구도, 진보와 보수 대결 구도에 안주하려는 ‘기득권 의식’을 정치권 스스로가 떨쳐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와 실력을 갖춘 혁신가들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이단아, 골칫거리라는 평가를 받더라도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려는 정치권의 임요한과 구타라키의 출현을 정치 소비자인 국민들은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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