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2월16일] AAA
AAA. 신용등급이 연상되지만 농업조정법(Agricultural Adjustment Act)의 약칭이다.
지금도 미국 농업정책의 기본인 AAA의 목적은 초과공급 억제를 통한 농산물 가격 안정. 국가가 주요 농산품의 파종과 출하를 조정하고 휴경농지에 대해서는 각종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뉴딜정책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선보인 1차 AAA가 나온 것은 지난 1933년 5월. 농산물 가격을 산정할 때 물가상승률과 연동시키는 패리티지수(parity index)의 사용이 공식화한 것도 이때부터다.
기대와 달리 효과는 크지 않았다. 돼지 622만마리 등 가축이 도살돼 매장되는 뒤편에서 사람들은 배를 곯았다. 멀쩡한 밭이 갈아 엎어져 보상금 지급도 늘어만 갔다. 신경제정책의 성공으로 잘 나가던 소련이 미국 농부와 노동자 이민 10만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큰소리친 게 이 무렵이다. AAA의 일부 조항은 위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위헌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나온 게 1938년 2월16일 발효된 2차 농업조정법.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수입제한을 통해 국내 농업을 보호ㆍ육성하고 잉여 농산물은 적극 수출한다는 게 요지다. 미국의 대공황 극복은 1939년 시작된 2차 세계대전 덕분이지만 농업보호정책은 AAA 제정 이래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어져오고 있다. 세계에서 농업보조금을 가장 많이 내줬으며 지금도 그러는 나라가 남들에게는 보조금 금지와 농업의 완전 자유무역, 관세 철폐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의 시발점도 AAA인 셈이다.
수많은 직업군 중 백인 비율이 가장 높은 게 농업이어서 그런지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이 양보한 적은 거의 없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 중인 우리에게 AAA가 국가신용등급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올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입력시간 : 2006/02/15 17:53